기록을 통해 변화를 깨닫다

by 석도쿠

기록은 역시 좋다. 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렇지, 한 번 해두고 나중에 읽으면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언젠가 불안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잘 안 풀리는 회사생활도, 몇 개월 안 남은 결혼생활도, 손실만 늘어가는 재테크도 모든 게 걱정투성이인 순간이었다. 그때 내용은 대략 이렇다.


모든 것이 불안하지만 시간이 또 해결해 줄 것이다.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 것처럼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그럴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자 한 자 적었다. 막막한 마음으로 카페에서 글을 작성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날짜를 보니 그 글을 쓴 것은 3년 반 전이었다. 그때와 비교해서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잘 안 풀리는 것 같던 회사생활은 은근히 또 잘 풀려있었다. 나름 좋은 성과로 첫 번째 커리어를 마무리했고 본사로 발령받아 새로운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승진까지 한 것은 덤이다. 결혼생활은 어떨까. 결혼 직전 와이프와 잘 안 맞는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만한 배우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배려 깊은 심성 덕에 우리는 큰 마찰 없이 3년의 결혼생활을 화목하게 유지하고 있다. 재테크도 나름 선방했다. 미친 듯이 빠졌던 주식은 손실을 회복하고도 그 이상으로 올라서 내가 원했던 지역에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여전히 불안하고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많다. 그러나 3년 반 전에 썼던 글 속의 나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너무 괜찮았다. 성실하게 맡은 바 묵묵히 하다 보면 시간은 결국 나의 편이다. 인생길은 직선으로 뻗은 길이 아니어서 굽이치는 길에 당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를 믿고 시간을 믿을 필요가 있다.


설령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과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과정이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을 믿는다. 지금도 가슴에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 또 달라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고 싶다면 기록이 필요하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므로 체감하기 매우 어렵다. 기록을 통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기록에서 달라진 내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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