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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동 Jul 12. 2021

서두르지 말고, 비교하지 말며, 멈추지 말라!

주말 밤엔 늦게까지 뭐라도 하고 싶은 유혹을 이길 수가 없다. 다음날 피곤한 건 나중 일이고, 또 늦게까지 좀 뒹굴어도 별 문제될 게 없으니, 그 유혹은 더욱 강렬하다. 

기대에 차 있는 것치곤 그리 다양한 유혹거리가 있지는 않다. 맥주 한잔에 영화 보기가 거의 전부니까.


여름밤엔 공포영화가 맛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진리라, 우리도 그럴 작정으로 공포영화를 검색했다. 볼 만한 것도 별로 없고, 평점이 다들 너무 낮다는 내 푸념 섞인 말에, 공포영화는 대체로 평점이 낮다고, ‘기담’도 평점이 별로였지만 나름 괜찮지 않았냐고.

‘기담? 내가 봤다고?’

내 표정만 보고, 금방 속내를 알아차린 신랑과 아이들은 “또 저런다며” 웃는다.

“있잖아. 진구 나오는 거.”

그래도 여전힌 멍한 내 표정에,

“좀 옛날 배경이고, 병원에서, 사람들이 다 귀신이고…….”

“엄마 귀신!”

서로 나서서 설명을 해댄다.

“아, 그 영화!”

그제야 떠올랐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얼마쯤은 기억났다.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안 우기길 잘했다. 

봤던 영화를 안 봤다고 우긴 게 그동안 꽤 됐다.     


살집이 좀 있는 귀여운 얼굴의 여자 배우가 주연인 ‘스파이’를 안 봤다고 우기는 바람에 3번이나 봤고(배우 이름은 잘 모르지만, ‘길모어걸스’에도 나왔다.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모르겠다만), 네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는 2번 봤다. (다 꼽자면 손이 모자랄지도) 이 두 영화도 분명 재밌게 봤었는데도 불구하고, 안 봤다고 했으니…….

도대체 기억이란 게? 어떤 것은 사진 찍은 것처럼 선명해서, 고향 친구들은 어쩜 그런 세세한 것까지 다 기억하냐고, 나의 기억력에 대해 찬사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사람 얼굴에 대한 기억, 특히 배우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저 사람 어디서 봤더라? 분명 보긴 봤는데(물론 드라마나 영화상에서), 그럼 그냥 넘길 법도 한데, 그게 무슨 큰일인 것처럼 딸을 불러댄다. 

“ooo에서 나왔잖아.”

“아! 맞네.”

“휴대폰 뒀다 뭐해. 찾아보면 될 것을.”

‘그래, 휴대폰이 있었지. 매번 그래놓고선. 어이그, 그것 좀 말해주면 뭐 어디 덧나냐?’

딸의 뒤통수에다 대고 입을 한번 삐쭉거려 본다. 나라도 귀찮을 거면서…….


난 이걸 그저 영화를 많이 본 탓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영화관에 가서 개봉된 영화를 빠짐없이 보는 것도 모자라 집에서도 다운받아 보는 일이 잦다보니, 제목만 들어서는 본 건지 안 본 건지 금방 구분이 잘 안 가는 것뿐이라고, 단지 그뿐이라고!    



 

이미지 출처: Pixabay

이리 길게 사설을 늘어놓은 것처럼, 나한테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영화 보기’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 드라마 역시 그렇다. 괜찮은 드라마가 있으면 영화처럼 몰아쳐보는 걸 좋아한다. 최근에는 뒤늦게 소문 들은 ‘괴물’을 한꺼번에 다 보느라 며칠 밤잠을 설쳤다.

 

이미지출처: 시민사회신문

또 하나를 꼽자면, 책 읽기이다. 어쩜 영화 보는 것 보다 더 즐겨한다고도 볼 수 있다. 난 시간이 날 때면 책 읽는데 몰두한다. 물론 여기서 책은 이야기책이다. 동화부터 청소년문학, 성인 소설까지 이야기책이라고 생긴 것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고 즐겨 읽어댄다. 그러고 보면, 난 종이책이든 영상으로 된 영화나 드라마든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고 잘 빠져드는 성향이 있다.     


작가들의 흔한 레퍼토리처럼 어린 시절 우리 집엔 문고판 책들이 가득하지도 않았고, 책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도 모르던 청춘을 보내지도 않았고, 창작의 욕구가 불타오르던 문학도도 아니었다. 간혹 책이 손에 잡히면 읽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독서가일 뿐이었다.


어쩌다 뒤늦은 나이에 책이란 것에 꽂혀 읽어대기 시작하면서, 재밌는 영화나 책을 발견하면 더없이 행복해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인 걸 깨달았다.

어느 날 불쑥 나도 저들처럼 저런 재미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댔다. 세상일이 욕심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내 소망이 과하지 않은지 가늠해보다가도…… 누가 말려그냥 하면 되지!     


"서두르지 말고

 비교하지 말며

 멈추지 마라!"   

이 말을 부여잡고 꿈꿔본다.      


그 꿈이 나를 달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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