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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맷돌 Mar 20. 2024

돈은 생명이다

이비인후과에서 휴일진료

    중이염은 목욕 후 머리만 잘 말리면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건 어릴 때 주로 생기는 병이에요. 의학적으로 아이들은 귀가 구 불 한 각도가 평형에 가깝다고 해요. 그래서 물이 잘 들어가서 염증이 생긴답니다. 애들이 번갈아가며 중이염에 걸려 돈 들고 시간 들고 힘들었는데요. 경험이 축적되면서 귀까지 드라이를 잘해서 병원에 안 가게 됐어요.


   그런데 큰애가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게 됐어요. 그것도 일 년에 한 번씩 귀로 인해서요. 습관이 병을 만들고 키운다고 해요. 가려우면 손가락을 집어넣고 후비는 나쁜 습관이 문제예요. 손에는 균이 많잖아요? 게다가 자꾸 건드리면 상처가 나고 덧나는 게 피부잖아요. 게다가 더 나쁜 습관은 드라이를 켜고 휴대폰 보는 습관이에요. 어떡해서든 빨리 수건으로 물기를 털고 닦은 후 드라이를 빨리 해내는 게 어른들의 행동인데요. 큰애는 뚝, 뚝 떨어지는 물을 신경 안 써요. 드라이기만 켜고 손에 들고 있어요. 전기값 들죠. 시간 버리죠. 머리카락이 빨려 들어가 드라이기 고장 나죠. 열받은 기계가 멈추기도 해요.


  어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요. 물티슈를 넣고 있으면 괜찮다고 해놓으면 났는데요. 어떡하지, 속으로 연휴라 걱정했는데요. 큰애가 내일 음식점 갈 생각만 계획했었어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자 아침에는 아프다면 병원 가자고 합니다. 이제야, 정신 차렸구나!  했어요. 그런데 저는 물먹는 습관이 하루 루틴의 시작이에요. 식사는 야채와 과일, 두부, 계란 프라이를 해서 먹는데요. 이렇게 서두르다 병원 둘러서 좀 나아지면 식신이 납셔서 이것저것 먹자고 할까 봐 걱정이에요. 다행인지 남편이 식사 후 천천히 가라고 말려요. 그래서 계란 세 개 프라이해서 두 개는 케첩 뿌리고 큰애 줬어요. 병원 가기 전에는 소리가 안 들린다, 귀에서 물이 흐르는 것 같다, 귀에 고름이 나온다고 증상을 나열했는데요. 막상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날 때는 아픈데 마취제라도 투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떡하죠? 아프면 울어야 할 수도 있는데, 하는 거예요.


  아프면, 울고 싶으면 울 수도 있지, 하고 얘기해 주니까 그제야 전에도 아파서 진료 중 눈물을 흘리니까 울지 말라고 했다고 해요. 엄마 손이라도 잡고 있으면 나을 텐데 해서 같이 들어가면 되지? 했더니 안된다고 확신에 차서 말해요. 애들이나 보호자가 들어간다면서요. 발로 차는 애도 있잖아요. 엄마가 없으면 애들은 난리 난다고 하네요. 마치, 본 거처럼요. 그러게 손으로 귀는 왜? 건드려가지고  그런지. 봤을 때 손을 내려줬으면 안 쑤셨을 거라는 남 탓까지 핑계도 여러 가지예요.


   전에도 이비인후과는 사람들이 만 원이라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렸는데요. 오늘은 연휴의 진료라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어서 예약은 불가라고 하네요. 9시 진료 시작이고요 3시에는 종료라는데 기다리다 애만 다시 와서 차례가 밀렸다고 하는 어린 환자가 앞에 있네요. 코로나 뒤끝이지만 이렇게 군집해 있는 건 좀 꺼려져요. 마스크를 쓰고 다니길 잘한 거 같아요. 여기저기 기침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훌쩍이는 콧소리까지 있어요.

 

   큰애 속마음은 아빠 회갑이 며칠 후라 선물 살 계획이 있다는군요. 저번 해에 생일선물을 했더니 한 해 동안 아빠가 부드럽게 변했다는 보고예요. 생각해 보니, 말로는 필요 없다고 해놓고 생일을 맹숭맹숭 보내서 다투는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아빠가 엄마 생일 챙겼는지 물어보는데, 우린 서로 생일은 안 챙긴 지 오래예요.


   우리가 다시 화해무드로 평화로워질 때 나는 결혼기념일 반지  하나를 사달라고 했는데요. 이미션으로 몇 만 원짜리 반지를 선택하고 보라고 할 때, 우리 결혼도 가짜 같은 배신감을 느꼈어요. 우리가 음식 할 때 맛을 내기 위해 눈과 혀를 속이고 조미료를 쓸 때처럼 성의 없는 마음같이 느꼈거든요. 남편은 연금생활자고 나는 직장 다니고 있어요. 은행 이자로 치자면 은행에 몇 억을 예치해야 달마다 얻을 수 있는 수익이에요. 그래서 경제전문가는 직장 다니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꾸준히 수입이 생기는 배우자가 있다면 업어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축은 엄두를 못 내고 빛까지 있다면 얼마나 암울한 노후예요. 다행히 우리 부부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지만, 기념일은 절약하거나 할 성질이 아니잖아요? 이벤트 날 생활에  내 나는 상품을 받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이 년 동안 내가 번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안 주는데 내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면 내가 쉬게 될 경우 당연히 내가 저축한 돈 까먹으며 싱글맘 처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나 힘들다고 말했어요.  남편에게도 생활비 안 내놓으면 이혼하겠다고 통보했고요. 그래서 작은 애는 아빠한테 생활비 주라고 나섰고요. 조건은 작은 애가 취직하면 이예요. 바로 서울 외가로 옮겨갔고요. 취직을 했어요.


   큰애는 이제껏 받는 용돈에 브레이크를 건 작은 애랑 옥신각신했어요. 왜냐하면 스스로 자립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험악해진 둘이 그 일 이후 만나면 서먹해졌는데요. 휴대폰 비며, 용돈, 학비까지 토스나 카카오페이에 그대로 다 나오기 때문에 큰애가 추천한 앱 때문에 이제까지 받은 혜택의 총액이 드러나요. 이렇게 돈을 많이 썼나? 명목상 위신을 세우려고 나보다 동생에게 든 비용에 책임을 묻기로 했던 거예요. 내가 벌고 내가 주는 돈인데 큰애가 나선다는 게 우습긴 해요.  아기인 줄만 알았는데, 돈에 귀중함을 알기 시작했나 봐요. 돈 벌기가 갈수록 어렵고 처세술도 부족해서 대인관계보다는 유튜브 수익으로 용돈을 벌었는데요.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하다 보니 수익이 차비 수준 정도로 저조해요.


   집에만 있는 건 남편도 걱정하는 바예요. 집에만 콕 박혀서 외톨이로 사는 자식들이 일본에서 문제라는 다큐를 봤거든요.  차라리 나는 바람 셀 수 있는 용돈을 지원해 주고 있어요. 작은 애는 휴대폰비를 8년 넘게 자동이체 중이고요. 그러니 내가 아파서 경제활동이 힘들면 부모에게나 형제들에게, 자식에게 기념일 챙기고, 용돈을 주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늘 병원비도 내가 계산해야 되는데, 능력이 있다는 건 행운이에요. 전에 작은 애가 직장 다니는데 힘들어하며 돈보다 중요한 건 생명이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돈 때문에 죽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돈도 생명이지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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