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완벽한 여행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노트북 충전기를 절반만 뚝 떼어 가져왔을까? 자괴감이 든다.
이번 여행을 위해 참 오랜만에 시간을 냈는데... 매일 글 한 편씩 기록하며 쉬다 오겠다는 다짐은 시작부터 짜증 나게 꼬여버렸다.
보통 일을 할 때에는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바쁘니까. 5년 동안 국내 여행이나 주말 동안 몇 번 간 게 전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꽤 소중하게 느껴진다. 권고사직으로 이제 막 회사를 나온 상황이다. 지금이 아니면 해외로 떠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급하게 표를 끊었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인천공항. 남들 다 가본 오사카에 가기 위해 왔다. 다행히도 비행기값이 지붕을 뚫고 솟아오르는 지금, 오사카는 5년 전 문득 확인한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평일 스케줄이기 때문에 더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었겠지만, 왠지 이득본 기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여행에 노트북 충전기를 반쪽만 가져오다니... 사실상 안 가져오느니만 못하다. 이 외에도 허술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다. 면세지역에서 카드환전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냥 들어와 버렸고, 아직도 숙소로 가는 길을 모르고 있다. 부족한 점이 많다. 혼자 떠나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다. 부족한 엔화는 최대한 카드로 결제하며 아끼면 되고, 숙소 가는 길은 현지에서 구글맵으로 찾으면 된다. 그때 그때 여정에 충실하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겠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은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순간순간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지금도 내가 전철을 맞게 탔는지 확신이 없다. 블로그에 하라는 대로 하지는 않았다. 이정표대로 왔으니 맞겠거니 생각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귀국까지 4일, 휴식을 위한 무계획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를 바란다. 또, 더 이상 놓고 온 물건이 없기를 바란다.
오사카 난바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