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길목에 들어서서 느릿느릿
너의 집을 향했는데도 빨리 도착해버렸지.
건물 입구에 앉아 시간을 끌다가
쓰레기 봉지 근처에서 들려오는 부스럭 소리에
겁 없이 너는 다가갔고, 거기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어.
"아무리 뒤져도 먹을 건 없을 텐데 불쌍해."
너는 가방에 있던 소시지를 까서 고양이에게 건넸어.
잘 못 먹고 다녔는지 작은 몸집에
우는 법도 까먹은 조용한 녀석.
먼지 공장에서 꺼내온 듯 꾀죄죄한 털 색깔은
균이라도 옮기진 않을까 난 가까이 가기도 싫어했지.
그 녀석이 소시지 한 개를 맛있게 다 먹을 때까지
넌 끝까지 옆에서 지켜보면서 걱정했어.
쪼끄만 애가 돌아다니다 사고라도 당하면 어쩌냐고.
몇 번 밥을 챙겨 주더니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주고
짤랑이는 방울을 달아주면서 갑자기 나타난
길고양이는 '모모'라는 이름까지 생겼어.
얼마 뒤 모모는 당당하게 너네 집 식구가 됐지.
자꾸 정을 주다 보니까 눈에 밟혀서
길에 내놓을 수가 없었겠지.
차갑고 적막한 방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퇴근 후 널 반기는 따뜻한 동물이 있다는 게 위로도 됐을 거고.
너의 보살핌으로 통통해지는 모습을
보는 게 뿌듯하기도 했겠지.
몇 달이 지났을까.
너는 모모를 아는 언니네로 보내야겠다고 하더라.
한동안 네 관심을 독차지했던 녀석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기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날카로워져서 물었어.
"데이트할 때도 가방에 넣어 데리고 나오더니
귀엽다고 그렇게 사진을 찍더니 왜 보내?"
밝은 표정으로 너는 대답했어.
"언니네 집엔 부모님이 계셔서
모모가 가면 외롭지 않을 거야.
집도 넓어서 여기저기 뛰어놀기도 좋고.
나보다 좋은 주인이 나타났으니 얼른 보내야지."
네 옆에 왔다 갔던 사람을 지켜보면서도
너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던 나도 불쌍했던 거겠지.
쓰레기를 뒤지던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너는
나도 안쓰러워 거둔 거겠지.
너의 작은 행동에도 환하게 번지는 미소를 보니까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었던 거야.
더 좋은 주인이 내 앞에 나타나면 너는 나도 보낼 거지.
웃으면서 빨리 가라고 쉽게 놓을 거지.
불쌍하면 불쌍하게만 여기지, 안아주진 말지 그랬어.
안긴 사람은 오해하잖아.
이제 날 좋아하는 건가, 마음껏 좋아해도 되겠구나 하면서.
불안하다, 언제고 날 내려놓을 거 같아서.
네 손길이 사라진 때는 생각조차 견딜 수 없어서.
원망스러운데 네가 반칙을 한 것 같은데
그래도 페어플레이 할 생각은 없어.
동기가 어찌 됐든 지금 옆에 있는 건 나니까.
네가 울고 싶을 때 찾는 건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