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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Feb 19. 2024

보옴  100-99

연일동안 쉬지 않고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린다.

마침, 오늘이 24 절기 중에 우수다.

雨水(우수)를 풀이하면 '빗물'이다.

즉, 추위가 물러가고 눈, 얼음이 녹아서 빗물이 되는 시기가 된다는 의미다.

우수가 되면서 한파와 냉기가 점점 사라지고 봄바람이 불어서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는 절기다.

입춘이 지나면서 동장군이 힘을 잃어가고 뺨에 부딪히는 바람결이 비단처럼 보드라운 요즘이다.

겹겹이 비늘을 감싸고 있던 겨울 눈은 껍질을 벗겨내고 새싹이 되고 꽃이 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봄비를 맞고 있는 산수유나무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봄기운이 돌면서 싹이 트는 우수라는 절기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있다.

두터운 비늘을 비집고 빼꼼히 내밀고 있는 꽃망울이 반갑다.

겨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던 입춘과 다르게 우수는 얼어 있던 땅이 녹고 나무에는 새싹이 돋아나면서 봄의 향연이 시작된다.

거짓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분명 비가 내리던 며칠 전만 해도 산수유나무는 꽃망울이 아니라 빗방울이 보석처럼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보석 같은 빗방울을 카메라에 담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빠르게 꽃망울을 터트릴 줄 몰랐다.

'우수'라는 절기의 힘 그저 놀랍다.

보고, 또 보고 사진첩을 뒤적여서 확인해 본다.

분명, 같은 자리에 있는 산수유나무는 꽃망울이 아닌 빗방울이 맺혀 있다.

봄비는 나무에, 땅에게 반갑고 귀중한 손님이 맞다.

메마른 땅을 파고들어서 봄을 기다리고 있던 씨앗들에게, 뿌리들에 세상 밖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산수유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으니, 땅에서 올라오는 쑥과 꽃은 물론, 지난 가을에 싹이 올라와 납작 엎드려서 겨울을 보낸 냉이가 쑥쑥 자라는 일은 시간문제다.

나무와 땅에서 앞다투어 새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피워 내는 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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