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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Feb 08. 2024

야생화가 100-88

보드라운 햇살이 살포시 모여드는 마른 가지 끝에 꽃송이가 피어날 것 같은 바람 한 점 없는 오후다. 마음에 꽃송이가 자꾸 피어나는 것은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인 듯하다.

야생화를 보려고 달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복수초가 노란 웃음으로 맞이한다.  요맘때쯤 피는 꽃이라서 그런지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야생이라면 하얀 눈 속에도 꿋꿋하게 피워내는 복수초다.

한 발자국 옮기니 보슬보슬 솜털이 난 꽃 대공이  꾸부정하게  허리가 휜 채 피운 보랏빛 꽃송이에 시선이 집중된다. 양지바른 봄날에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름과 다르게  고고한 빛깔과 선명한 종 모양을 한 꽃송이가 땅을 향해 피어 있다.

너도 부추라는 이름을 가진 꽃 앞에서 머문다.  꽃 이름이 재미있다.  부추인 듯 부추가 아니란다. 잎은 부추 모습을 하고 꽃은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연잎 양귀비도 역시 이름에서 그 모습을 말해 주듯이 연잎과 꼭 닮은 잎사귀에 양귀비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야생화는 이름만 들어도 그 모양과 꽃이 연상이 되게 하는 꽃이 많다.

초롬게 한 송이 꽃을 피워낸 흑 동이 나물, 장미 조팝이 있다.  앙증맞은 꽃망울만 매달고 있는 캉캉 패랭이꽃, 앵초, 바람꽃이 있다.

아직은 이파리만 있는 붓꽃, 깃털 천인국, 무늬 꽃다지가  조신하게 앉아 있다.

아직 땅속에서 겨울 잠자고 있는 천남성도 있다.


우리나라 야생화는 크고 화려한 꽃이 많지 않다. 어느 시인의 시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고, 더 어여쁜 모습을 발견한다. 바라볼수록 감탄사가 술술 나온다.

매혹적인 향기는 아니어도 풀 향기 같은 옅은 향기로 관심을 붙잡는다.  봄꽃은 대부분 잎새가 나오기 전에 꽃대가 먼저 올라오는 꽃이 많다. 비록 향기는 없지만 꽃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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