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기로운 민정 Feb 11. 2024

하얀 봉투에  100-91

설날 아침에 세배받고 복돈 줄 때도 미리 하얀 봉투에 복 돈을 넣어 두었다가 나누어 주는 모습이 우리 집 풍경이다. 세배하고 안방에서 나올 때는 갓난쟁이도 예외는 없다. 제일 어른이 먼저 봉투에 넣어 복돈 주시기 때문에 모두가 하얀 봉투에 금을 넣어서 주고받는 일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언젠가 박목월 시인 아드님 박동규 교수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교수님은 어머니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박목월 시인님의 아내, 그러니까 박동규 교수님의 어머니께서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혜롭고 현명한 이야기로 듣는 이의 가슴에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 이야기 중 한 가지가 돈 봉투 이야기다. 어머니께서는 교수님을 키우시면서 한 번도 알 돈을 보여주지 않으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직접 사서 주시거나 헌금을 주셔야 할 때는 꼭 봉투에 넣어서 주셨다고 했다. 심지어 대학 등록금도 봉투에 넣어서 주셨을 정도라고 하셨다. 교수님은 돈에 눈을 늦게 떴다고 하셨다. 덕분에 학문에만 열중할 수 있는 교수가 되셨다고 한다.


현금을 봉투에 넣어주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품격이 있어 보인다. 봉투에 넣어주면 금액과 상관없이 존중과 배려가 스며 있다. 회비를 낼 때도 항상 봉투에 넣어서 준다. 받는 사람이 감동할 때도 있지만 쓸데없이 예의를 차린다고 타박받을 때도 있다.  쓸데없이 봉투만 낭비한다며 내가 보는 앞에서 현금만 꺼내고 빈 봉투는 던지듯 주면서 나의 정성과 예의를 뭉개버리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다. 그 경우는 딱 1번이었지만 가슴에 못이 되어 강렬하게 가슴에 남아 있다. 그래도 회비를, 각출한 돈을 봉투에 넣어서 주면 용돈 받는 기분이라며 기분 좋아서 광고하듯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근에서 중고 물품을 구매할 때도 천 원 단위의 적은 금액도 봉투 넣어서 드리고 물품을 가져오면 '중고'가 무색하게 물품 가치도 올라가는 기분이다. 언젠가부터 인지 ★근 거래에 현금 봉투 거래가 일반화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왠지 기분 좋다.

아무리 적은 금액일지라도 커다란 봉투가, 예쁜 봉투가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중고 물건을 거래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존중'이 함께 하면 더 아름다운 거래가 된 것이 분명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중이 있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게 되는 것은 몹시 자연스럽게  관계가 유지된다. 사람 사이에 존중이 사라지면 섭섭한 마음이 생 수 있다. 섭섭함이 반복이 되다 보면 싸움이 일어나기 쉽다. 존중이 꼭 현금 봉투로만 표현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금 거래하는 일이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한 번이지만, 봉투에 현금존중을 더해서 주면 서로에게 기분 좋은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뱃돈 받는 100-9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