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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매니저 Feb 20. 2024

2억 아파트 신축 아파트가 100배 좋다.  

첫 째 아이를 낳고 이사를 가야 할 시점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자유였다. 

신축 아파트를 갈 수 있었지만 

대출을 끼는 게 죽도록 싫었다.


그래서 2억대 아파트를 선택했다. 

지하철까지 20분 

인근엔 대형마트도 없었지만 

초등학교를 품고 있어 

첫 째딸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면 

등하교가 수월해보였다.  


6년을 살았다.

하지만 1년을 살고 

이사를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살면서 내가 살면서 겪은 불편한 점은 아래와 같다. 



1. 주차 


협소한 주차 공간으로 매너 없이 주차를 하는 이웃들로 

화가 나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지하 주차장은 비만 오면 물이 새서 곰팡이 냄새가 자욱했다. 


2. 층간 소음 


윗집 할머니는 새벽 4시면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데 

이게 6년 동안 나의 알람 소리가 되었다. 


3. 자존감 


신혼 때는 집이 자존감을 준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의 동기들 친구들이 새 아파트 신축으로 

이사를 갔고 

간혹 집들이에 초대받으면 

위축되었다. 

깨끗한 새집에서 집들이를 갔다가 오면 

유독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금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나이 든 할아버지 할머니가 유독 많아보였다.  


4. 자녀의 친구들


2억대 아파트에 사니 주 거주자는 노인들이었다. 

노인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아이들이 많은 아파트에 가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워주고 

관계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친구들은 학교 바로 밑 신축 아파트에 거주했다. 

집에서 거리가 멀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이 문제가 생기니 

이사를 가야겠다고 크게 마음을 먹었던거 같다. 


5. 주변 환경 


산 꼭대기라 공기는 좋았지만 아파트 바로 뒤쪽 

고아원이 있었다. 

간혹 관리인을 자리를 비웠는지 

밤 12시가 넘어도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고물상도 가까이 있어 창문을 열어놓으면 

쇠를 자르는 소리가 괴로웠다. 

차 없이는 아이들이 어디를 가기 매우 힘든 환경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위와 같은 불편을 겪으면서 

이사를 하려 해도 갑자기 치솟은 집값에 

좌절감만 느꼈다. 


그 좌절감을 풀려고 

이 집에 사는 동안 유독 여행을 많이 다녔다.  

맞벌이 부부에다 대출이자도 안 내니 

현금의 여유가 많아 

해외 최고급 호텔 여행도 간혹 갔다. 

하지만 돌아오면


여행 후유증에 더불어 

물이 새는 주차장 

새벽에 들리는 소변 소리로 현실에서 

드는 기분은 더욱 싫었다.  


그래서 작년 집값이 좀 떨어졌을 때 

지금의 집을 매물로 내놓고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부동산 중개사들도 언덕 위의 아파트라 

쉽게 팔리지 않을 거라 했다. 


집을 내놓으면서도 구축 꼭대기 집을 산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매수자가 나타났다. 


집을 팔고 

작년 7월 신축으로 이사 갔다.

신축 아파트에 산지 8개월 

매달 백만 원이 넘는 대출이자

관리비도 십만 원대에서 삼십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만족도는 최상이다. 

구축 아파트를 살면서 겪었던 

문제들이 깔끔하게 없어졌다. 


새벽 4시 소변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사 후 윗집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게다가 주차장은 호텔 주차장만큼 넓다

주차장에 갈 때 클래식 노래가 나오면 

마치 호텔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앞으로 집값이 내가 산 매수 금액보다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내가 사는 이 집이 너무 좋다. 

주말에 이리저리 호텔을 찾아다녔던 우리 가족 


푹신한 침대에서 푹 자고 

여유롭게 아침을 해 먹고 

아파트 주위를 산책한다. 

걸어서 1분 거리인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땐 정말 행복하다. 

저녁이 되면 피자와 치킨 맥주를 준비해 놓고 

빔 프로젝트로 영화를 본다. 


우리 집이 호텔보다 좋으니 

호텔을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대출 이자 낼 돈으로 여행을 다녔던 나의 가족

지금은 해외여행 보다 

안락한 호텔 같은 집에서 매일 생활하는 삶이 100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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