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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0.화요일

오늘은 쉽니다

by 덩이
김치콩나물죽을 끓였다

열도 나지 않고 괜찮았지만 어지럽고 아직 귀가 아프다는 아이의 상태에 학교를 하루 쉬기로 했다.

6교시에 방과 후 수업까지 있어서 가장 늦게 끝날 수 있는, 아니 끝나는 날이지만 오늘은 모두 멈춤이다.

나의 운동도, 점심 약속도.


그래, 낮잠도 자고 푹 쉬자. 오늘은.

밖에 나가지도 말고.

화분을 방으로 들였더니 새순이 잘 자란다

아이가 점심을 먹을 때부터 같이 놀자고 하더니

점심약을 다 먹고 나서 코를 훌쩍이고 기침을 콜록콜록해가며 닌텐도 마인크래프트로 동물원을 만드는 것을 꼭 좀 옆에서 봐달라고 한다.

-(흠칫 놀라며) 그래?(애써 밝은 목소리로)그래.


말, 소, 양, 돼지, 닭, 판다 우리를 만들고 꾸미고 사이사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가며 동물원 간판까지 만들었다.

사이사이 졸아가면서도 함께 보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졸긴 했어도 보니 또 재밌다.


저녁으로 먹을 냉동사골국을 녹이는 동안 혼자 노나 싶다가 또다시 나를 부른다. 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해서 동그라미, 네모, 세모, 직사각형, 하트모양으로 연상되는 그림 그리기를 함께 하고 나서야 아이는 나를 놓아, 아니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루가 길고도 짧다.

오늘의 쉼으로 아이가 충분히 쉬고 많이 나았기를.

그거면 된다.




오늘 나누었어야 할 타인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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