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 인생을 사는 사람들2
한 여름에 긴 팔을 입는 이유
노량진역 5번 출구. 한여름에 긴 팔을 입고 지나가는 한 남자. ‘덥지 않을까?’ 질문을 생각할 새도 잠시. 나의 재수 시절이 떠오른다. ‘아, 긴팔을 입는 이유를 나는 알지. 학원은 추우니까. 하루 종일 천장에 달린 네모난 에어컨에서 하루 종일 찬바람이 돌아 잠들 새조차 달아나게 만드니까.’
다시 취준의 늪으로 뛰어든 나 역시 집 근처 도서관에서 같은 모습을 한 다른 이들을 본다. 한여름에도 긴팔을 입은 그와 그녀들. 검은 운동복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무심하게 자란 초록빛 잔디만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