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밤' '종의기원'을 쓴 소설가 정유정을 만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소설가의 삶은 무엇인가요?
이번 인터뷰는 <7년의 밤>, <내 심장을 쏴라>, <종의 기원> 등 수많은 화제의 소설을 써낸 소설가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소설가 정유정 작가 ]
Q. 간호사 출신 소설가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간호사의 경험이 소설을 쓰면서 어떠한 영향을 줬나요?
A.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줬어요. 일단 저는 5년 간 간호사 생활을 했는데 그 5년 동안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근무를 했어요.
중환자실에서는 굉장히 위급한 환자들이 들어오고 숱한 죽음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20대에 머릿속이 50대가 돼요. 좋게 말하면 성숙해지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애 어른이 되는 건데 그때 성립된 가치관이 자연주의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게 됐어요.
자연주의적 가치관과 세계관이란 것은 인간을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인간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種) 중에 하나로만 바라보는 세계관이에요. 자연주의적 세계관이라고 하거든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라던가 그런 것들을 그 당시에 많이 습득을 했고 소설을 쓰면서 그런 것들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됐어요. 작가에게 세계관은 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세계관이 간호사 시절에 형성됐어요.
Q. 간호사의 삶과 소설가의 삶 중에서 어떠한 삶을 더 만족하시나요?
A. 저는 간호사 생활은 5년 밖에 하지 않았고 한 9년 정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직을 했어요. 직장 생활을 총 14년 간 했는데 사실 저는 그런 조직 생활이 잘 맞지 않아요.
그리고 소설가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고 저의 꿈이었기 때문에 간호사는 그냥 거쳐 온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Q. 많은 소설들을 쓰셨는데 지금까지 쓴 소설 중에서 “이건 내가 생각해도 가장 의미있었다” 또는 “내 삶의 이야기와 닮아있다”하는 소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내 심장을 쏴라>예요. 그게 2009년에 세계문학상을 받고 제가 본격 문학에 등단한 작품이에요. 요즘 청춘들이 힘들게 보내고 있는데, 저도 힘든 청춘기를 보냈거든요.
정신병원 이야기이지만 제 청춘에 대한 은유이고 제가 가장 아끼는 소설이고 저의 인생관, 삶에 있는 철학이 담겨있는 소설이에요.
Q.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또는 슬럼프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해요. 굉장히 힘든 운동을 좋아하는데 히말라야도 가고 산티아고 길도 갔어요. 슬럼프가 오고 번 아웃이 될 경우에는 제 몸을 못살게 해서 그걸 극복해요. 그래서 복싱도 하고 수영도 하고 헬스클럽에 가서 힘들게 근육 운동을 하면서 극복하는 편이예요.
Q. 평소에 글을 쓰기 위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습관이 있나요?
A.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면 메탈음악을 들어요. 데스메탈, 고딕메탈과 같은 아주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각성을 시키는 거죠. 그게 준비 작업 이예요.
Q. <내 심장 쏴라> 그리고 <7년의 밤>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그때의 심정은 어떠셨나요?
A. 내 이야기가 영화라는 영상매체를 통해서 녹화가 돼서 세상으로 나왔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그걸 볼 때 신기한 느낌이 들었고 영화는 소설과 완전히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저건 내 원작의 소설이니까, 내 원작의 영화니까 내 소설을 따라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저는 영화를 완전히 다른 장르라고 생각을 하고 감독은 감독만의 예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소설을 가지고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가 가장 궁금했어요. 그리고 두 영화가 크게 히트를 하지는 못했지만 원작자인 저로서는 굉장히 감동적이고 좋았어요.
Q.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 정유정이 아닌 소설가 정유정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작가가 아닌 소설가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어려서부터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문자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소설이잖아요. 에세이도 한권 발표했고 인터뷰집도 있지만 에세이는 재미로는 할 수 있지만 제 본업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소설가 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Q. 많은 사람들이 작가 그리고 소설가하면 밥벌이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정유정 작가의 경우는 어떤가요?
A. 대한민국에서 글만 써서 밥 먹고 사는 작가가 1%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안에 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Q.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가장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A. 그건 소설마다 다르죠. 작가의 인생 그리고 일생을 통해서 그 한가지나 두 가지 테마를 가지고 평생 동안 그걸 변주하는 소설을 쓴다고 해요. 자기만의 테마가 있어요. 헤밍웨이 같은 경우에는 평생 죽음에 대해서 썼어요.
헤밍웨이 아버지가 권총으로 자살을 했는데 헤밍웨이도 입에 권총을 넣고 쐈어요. 그런 죽음에 대한 테마를 계속해서 반복했고 찰스 디킨스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소년의 이야기를 계속 썼어요.
예를 들어서 <두 도시 이야기>라던가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다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소년의 이야기예요. 찰스 디킨스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빚을 져서 감옥에 갔는데 어떻게 보면 아주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은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주제로 계속 반복해서 쓴 거예요. 작가의 이런 테마는 작가가 살아온 삶과 가장 큰 관계가 있어요. 자기 삶에서의 결핍이나 트라우마 이런 것들이 작가의 테마를 결정하는 거 같아요.
저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 자유의지란 내가 내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위해서 나 자신을 던질 수 있고 그로 인해서 돌아오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저는 자유의지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삶에서 그게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보고 제 소설의 가장 큰 테마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인간본성의 악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소설을 통해서 하고 있는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 ]
Q. 글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는데 혹시 정유정 작가가 생각하기에 글을 잘 쓰는 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아는 거예요. 짧은 글 일수록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 집중해야 되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나 해야 할 말이 없으면 글이 산으로 가서 글을 쓸 수 없어요.
Q. 정유정 작가는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 몇 번을 뒤엎고 고쳐쓰시나요?
A. 헤아릴 수 없어요. <종의 기원>같은 경우는 3번 엎었고 <7년의 밤>의 경우는 말도 못하게 엎었어요. <내 심장을 쏴라>도 그렇고 고치는 거야 열 몇 번씩 고치는 거고 그런 건 어떻게 통계를 낼 수 없어요.
제가 잘못 썼다고 했을 때는 많이 고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써졌으면 덜 고치고 그러는 거예요.
Q. 뒤엎을 때 아깝거나 슬프지는 않으신가요?
A. 전혀 그렇지 않아요. 새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저한테는 오히려 더 재미있고 좋아요.
Q. 소설을 쓸 때 기간은 얼마정도 걸리나요?
A. 보통 제가 작품 하나 발표하는 기간이 2년~3년 정도 되는 아마 올해 신작이 나온다면 3년 만에 나오는 거예요.
Q. 다음 책은 어떠한 책인가요?
A. 지금까지는 스릴러 장르를 끌어와서 인간의 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다음 소설에서는 삶의 궁극적인 지점인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판타지 소설이고,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인데 지금까지의 소설처럼 그렇게 무섭지는 않을 거예요.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그렇다면 정유정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것이거든요. 죽음이 삶을 관통하면서 달려오는 기차라고 한다면 삶이라는 것은 기차가 도착하기 전에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 그리고 자유의지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그래서 삶은 죽음이 오기 전까지 자기 인생을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글을 쓸 때 주로 어디서 소재를 찾으시나요?
A. 작가는 평소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할 이야기와 내가 끌리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런 것들을 건져내려면 세상사에 항상 레이더를 세우고 있어야 되고 세상에서 터지는 문제들에 질문을 던져봐야 돼요.
이 일은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그런 것들을 짚어보고 그러면서 “아 이 이야기는 내가 정말 쓰고 싶다”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소재가 있어요. 장편을 하나 쓰는데 2~3년이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그 소재에 매달리게 하려면 사소한 이야기를 가지고 써서는 그렇게 매달릴 수 없거든요. “이걸 안 쓰면 내가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만 그걸 쓸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소재와 “내가 이걸 기어코 쓰고 싶다”는 욕망의 소재와 연애를 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해요.
두 번째는 “이게 과연 세상에 전달해 줄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가” 그걸 생각해봐야 돼요.
내가 아무리 쓰고 싶어도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이게 세상에 내놓을만한 가치가 없이 아주 사소한 이야기이거나 하찮은 이야기라면 그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가 다 맞아야 돼요. 저 같은 경우에는 문뜩 영감이 떠올라서 쓰거나 하지는 않아요.
Q. 앞으로 정유정 작가는 어떠한 소설가 그리고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A. 저는 계속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자기가 욕망하는 일이 있으면 그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소설가 정유정 작가와 ]
여러분 혹시 이번 소설가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읽는 소설이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서 만들어진 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여러분에게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그것이 바로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는 계기 그리고 소설가의 삶에 대해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