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의 아빠 디자이너 '호조'를 만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 혹시 카카오톡을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무엇인가요? 어피치, 무지, 라이언, 제이지, 튜브, 프로도, 콘이 있는 카카오프렌즈 일텐데요.
이번 인터뷰는 카카오프렌즈의 초기 캐릭터 라이언을 제외한 어피치, 무지, 제이지, 튜브, 프로도, 콘을 탄생시킨 호조(권순호) 디자이너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호조 디자이너 제공/ 호조(권순호) 디자이너 ]
Q. 카카오프렌즈를 만들게 된 계기와 캐릭터들의 소재나 영감은 어디서 떠올리셨나요?
A. 카카오프렌즈를 만들게 된 계기는 카카오 회사에서 캐릭터 제작 의뢰가 와서 만들게 됐고, 소재나 영감은 인터넷 검색이나 기존에 생각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구상해서 만들게 됐어요.
[사진= 호조 디자이너 제공/ 카카오프렌즈 ]
Q. 카카오프렌즈를 만들고 나서 카카오나 카카오프렌즈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아무래도 자유도 때문인 거 같아요. 회사로 들어가게 되면 안정성은 있는데 조직생활이라는 게 안정적인 거만큼 자유도가 떨어지거든요. 저한테는 안정성보다 자유도가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계속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거 같아요.
Q. 호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원래부터 “호조라는 활동명으로 뭘 해야겠다” 이런 건 없었고 예전에 이메일을 처음 만들 때 닉네임을 넣으라고 하는데 그때 만들었던 닉네임이 호조였어요. 그 이후에 홈페이지 도메인 사고 할 때도 닉네임 비슷한 걸 넣어야 돼서 그때부터 필요할 때마다 썼던 단어가 호조라는 단어라서 지금까지 쓰게 되고 작가명으로까지 이어진 거 같은데 큰 이유는 없었어요. (웃음)
Q. ‘시니컬 토끼’라는 캐릭터를 만들고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A. 이유가 뚜렷하게 있는 건 아니에요. 시니컬 토끼를 만든 이후에 카카오 회사에서 카카오프렌즈를 만들어달라고 의뢰가 들어와서 만들게 되었어요.
Q. 시니컬 토끼를 카카오프렌즈에 추가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저야 추가하고 싶었죠.(웃음) 근데 보통 기업에서 캐릭터 의뢰가 들어오면 그런 소유권을 회사가 보유하고 싶어 해요. 그래야 사업적으로 진행을 할 때 원작자와의 협의 없이 진행을 할 수 있는데 협의가 들어가게 되면 계속 물어봐야 되고 답변을 받고 허락을 얻어야 되고 하다보면 일이 지지부진하게 늦어지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회사가 이런 소유권을 갖고 있을 때 여러 가지 사업들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건데 그러려면 제가 만들었던 시니컬 토끼도 사용을 하겠다고 하면 그 소유권을 줘야 되는 거예요. 이 문제가 심플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이해타산 관계도 필요하고 해서 새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기업의 색깔도 넣어야 되고 이 캐릭터는 이 기업의 캐릭터라는 게 명확하려면 시작부터 기존에 있던 캐릭터를 갖고 와서 그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것보다는 회사에 맞게 새롭게 만드는 게 낫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 지게 되었어요.
Q. ‘시니컬 토끼’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은 치밀한 계획이 없어요. 이전에는 시니컬하고 밝고 착한 것보다는 뭔가 조금 까칠하고 이런 식의 스타일로 그려왔던 게 호조라는 스타일 이었어요. 근데 그렇게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까 콘텐츠가 계속 쌓여간다는 느낌보다는 계속 계속 소진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라는 걸 만들어서 집중을 한번 시켜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에 그리던 스타일에 귀만 하나 붙여봤을 뿐인데 그게 캐릭터가 된 거예요.
[사진= 호조 디자이너 제공/ 시니컬 토끼 ]
Q. 그렇다면 시니컬한 이미지 스타일의 그림을 추구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에너지가 충만한 캐릭터는 본인이 정확히 그 본질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들 때 캐릭터의 생명력이나 에너지가 더 많아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선에서 캐릭터 제작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제일 많이 아는 게 사실은 저라서 저의 성격적인 걸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 그런 시니컬한 면이 가장 큰 거 같아요.
Q. 카카오프렌즈의 저작권을 100%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A. 당연히 아쉽기는 하죠. 수익이나 이런 걸 봤을 때 충분히 아쉽기는 한데 냉정하게 생각을 해봤을 때 만약에 그걸 주지 않으면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에서는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권한이 필요한데 그걸 계속 안주고 하면 다른 작가한테 기회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그걸 드리는 조건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던 거고 저작권은 드렸지만 원작자라는 기록은 남거든요. 만약 그걸 주지 않고 제가 개인적으로 캐릭터를 개발해서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면 혼자서는 그렇게 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받으셨나요?
A. 처음에는 기본적인 제작비용정도만 받았었는데 나중에 이게 잘되고 하다 보니까 큰 인센티브를 받게 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더 큰 보상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제작 전과 후로 나뉘는데, 디자이너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대표할만한 게 생기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하는 일에 단가부터가 달라져요. 그게 인지도거든요.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줄 수 있는 거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얻은 건 굉장히 크죠. 저작권을 아무리 회사가 다 가져가서 끝났다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그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걸 증명할 수 있는 바탕이 됐어요.
앞으로도 캐릭터들은 계속 만들어질 거고 그런 자산들이 있으면서 더 좋은 조건을 갖게 됐어요.
Q. 호조 디자이너께서 만드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시나요?
A. 이모티콘 같은 경우는 기획을 할 때 “나도 썼으면 좋겠다”는 것을 만든 거예요. 대화를 하면서 “이런 동작의 이모티콘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걸 시작으로 이모티콘을 만들게 된 거라서 자주 써요.
Q. 최근 만들어진 카카오프렌즈를 보면 리틀프렌즈도 있고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이언과 같이 초기 캐릭터 제작 이후의 의뢰는 없었나요?
A. 제가 1년 이후까지 카카오와 같이 일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저랑은 분리된 상태이고 그쪽 내부에도 디자이너들이 있어서 가급적이면 내부에서 해결하는 형태가 되었어요. 저한테 계속 의뢰를 하면 그쪽에서도 일이 효과적이지는 않게 되는 거 같아서 그 이후에는 내부에서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하게 된 거 같아요.
Q. 호조 디자이너께서 생각하시기에 카카오프렌즈 중에 성격 또는 이미지 측면에서 자신과 닮았다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이고 어느 면에서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일단 제가 만들었던 건 다 닮은 거 같아요. 다 저의 생각 내에서 나온 거라 부분 부분씩 닮은 거 같아요.
사실 연령대 별로 나눠서 제작이 된 것도 있기도 한데 10대 이하는 어피치, 중 고등학생은 무지, 프로도랑 네오 같은 경우는 20대 그리고 회사원 직장인들이 제이지 였는데 제가 그걸 만들 당시만 해도 연령대가 아무래도 직장인쯤의 연령대이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제이지랑 제일 가깝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요.
Q. 호조 디자이너의 성격이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 묻어나는 경우가 카카오프렌즈 외에도 있나요?
A. 시니컬 토끼나 만든 그림들이 다 닮은 거 같아요.
Q. ‘카카오프렌즈’ 중 가장 창작하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가 있나요?
A. 무지가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요. 원래는 캐릭터 의뢰를 받을 때 세 개만 만들어달라고 해서 처음에는 네오랑 프로도랑 제이지를 제일 먼저 제작을 했었는데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의 캐릭터를 요청하더라고요.
기존에 그런 캐릭터들은 너무 많은데 모든 회사들이 하나의 기업의 얼굴이고 이미지이다 보니까 다 밝은 모습의 이미지만 보여주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모든 회사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다 밝아요.
근데 그게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그쪽으로 가지 않으려고 개성 있고 못되 보이는 캐릭터들로 계속 시안을 드렸는데 계속 다시 하라고 해서 “진짜 밝고 이런 걸 해야 되나”해서 내적으로 합의를 봤던 캐릭터가 무지였던 거고 밝은 걸 그려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지가 제일 어려웠던 거 같아요.
Q. 무지와 같이 다니는 콘은 어떻게 디자인을 하게 된 건가요?
A. 밝고 스탠다드한 캐릭터를 만들어달라는 회사의 요청이 있었는데 이게 무지만으로는 통과가 안 될 거 같은 거예요. 색깔도 흰색에 노란색이고 포인트도 없고 밍밍한 느낌과 함께 착착해 보여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을 했던 게 옆에 서브로 반대되는 성향의 무언가를 포인트로 주면 어떨까 해서 토끼의 느낌과는 반대되는 파충류나 악어와 같은 소재를 써서 사나운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작은 형태로 들어가면서 뭔가의 미스터리한 성격을 부여하면 재미있겠다 해서 작으니까 아이스 콘? 콘버터?(웃음) 이런 느낌으로 콘이라는 악어 캐릭터로 들어가게 된 거예요.
Q. 카카오프렌즈의 콤플렉스가 가장 눈에 들어왔는데 호조 작가의 콤플렉스는 무엇이고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A. 콤플렉스는 굉장히 많죠. 업무적으로는 미술 한다고 하면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대학을 전공하지 않고 고졸로 디자이너를 시작 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학력도 콤플렉스일수도 있는 거고 외모적으로도 그렇고(웃음)
그러다 보니 사춘기 시절에 외모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여러 가지 외적인 콤플렉스도 많았어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니까 욱하는 성격도 있고 그래서 들여다보면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한쪽이 좋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장단점이 다 있더라고요.
이걸 극복하기 위해 인정을 하면서 “이런 단점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더 좋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전문적인 디자인 수업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신 그 외에 다른 경험을 하게 됐는데 모든 것들은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 하나로 모이게 되고 대학을 다녔으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들을 하면서 상상력이나 구상을 하고 아이디어 작업을 할 때 좀 더 좋을 때도 있는 거 같아요.
Q. 카카오프렌즈 외에도 가수 싸이의 앨범 디자인 등 수많은 캐릭터 디자인들을 하셨는데 이중에서 가장 의미있었다 하는 작업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라는 기행문 책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이야기를 다룬 거예요.
그걸 할 당시에는 책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겁이 났는데 우여곡절을 통해서 여행을 가고 그걸 글로 풀어내고 하면서 책이 나오면서 “그냥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프로젝트인거 같아요. 그 전에는 안 해본 일에 대한 제안을 받을 때 주춤했던 경우들이 많았는데 그런 프로젝트를 한 이후로는 조금 더 용기를 갖게 되고 가능성에 대해 믿게 된 거 같아요.
Q. 카카오프렌즈 그리고 가수 싸이의 앨범 캐릭터 등 호조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수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셨나요?
A. 옛날에는 작업을 하기 전에 항상 “이게 잘되면 돈을 얼마나 벌까”라는 그런 기대들을 많이 했었는데 기대를 하면 할수록 기대와 반대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네거티브 적으로 생각하면서 작업에 들어갔던 경우도 많고 “안 될거야”하면서 “대충하지 뭐” 이런 것처럼 생각을 바꿨어요.
근데 대부분 “안 될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잘됐던 경우들이 많거든요. 강남스타일 같은 경우도 그랬고 카카오프렌즈도 큰일이기는 했는데 “잘 될 거야”라는 기대는 안했어요.
[사진= 호조 디자이너 제공/ 싸이 강남스타일 캐릭터 ]
[사진= 호조 디자이너 제공/ 싸이 캐릭터 ]
Q. 학창시절 호조가 아닌 권순호는 어떠한 학생이었나요?
A. 만화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했어요. 근데 공부는 그렇게 많이는 안했던 거 같아요.
Q. 학창시절 공부 대신 노는 걸 좋아하고 그림 그렸던 것이 지금의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줬나요?
A. 그렇죠. 아무래도 저는 어렸을 때 오락실 가고 만화책 읽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는 오락실 가고 그러면 부모님이 되게 싫어하시잖아요. 이런 리스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했다는 건 제가 정말 좋아했다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재미의 본질을 알면서 제대로 즐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20대 중반에 넥슨에 디자이너로 들어갔었는데 5년을 근무하면서 2년 정도는 게임기획을 했었는데 어렸을 때 했던 게임들이 기초가 돼서 그런 게임지식들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는 않지만 언젠간은 그 경험들을 쓸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이 경험을 어차피 할 거면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확실하게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Q.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군대를 제대하고 진로를 디자인으로 해야겠다고 정했는데 그 당시에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디자인이 웹디자인이었어요. 그때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하면서 홈페이지의 필요성이 많았는데 그러면서 웹디자이너 수요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학원에 가면 웹디자인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캐릭터 디자인은 비주류라서 그때 캐릭터 작업을 하더라도 쓸 때가 별로 없었어요. 온라인 게임들이 나오고 캐릭터가 조금씩 필요해지면서 변하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는 웹디자인은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캐릭터 디자인이다 보니까 캐릭터디자인을 선택했던 거 같아요.
Q. 디자인을 하면서도 ‘모두의 얼굴’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드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앱은 어떠한 앱이고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모두의 얼굴이라는 앱이 캐릭터를 조합해서 만드는 그런 어플인데 얼굴 형태를 여러 모양으로 그려놓고 거기에 자기가 만들고 싶어 하는 아이템을 골라 그걸 조합해서 원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거예요.
근데 외국에 비슷한 것들이 있었는데 아이폰용은 있는데 안드로이드폰에 적용이 되는 어플이 없어서 회사 대표가 “이 시장이 비어있는 거 같다” 그러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전까지는 사실 부정이었어요.
근데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니까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재미있는데?”하면서 한 두달 정도 바짝 제대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비어있는 시장이다 보니까 불안하기 시작한 거예요.
온라인 게임이건 모바일 게임이건 항상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비슷해서 누가 먼저 실행해서 오픈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하루하루 개발을 하면서도 “설마 이미 나온 거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빨리 오픈을 하고 싶고 불안한 거예요.
그 후에 대충 만들어서 오픈을 했는데 이게 '팡' 터졌어요. 근데 너무 빨리 오픈하고 싶은 마음에 수익과 연결되는 장치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터진거라 수익 장치와 관련된 부분을 만들었을 때는 팡 터졌다가 식고 있는 시기였던 거예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콘텐츠 소비 기간이 짧아서 유지를 하는 것도 힘들고 터졌을 때 개발비와 그러한 투자비용을 뽑아야 되는데 그 시기를 놓쳤어요.
Q.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이 불안하거나 두렵지는 않으신가요?
A. 두렵죠. 사람의 속성이 무리와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그 무리에서 벗어났을 때 겁나는 게 사실은 많이 있죠.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계속 걷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하고 싶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선택의 결정에 대해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컸었어요. “이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 “옳은 선택일까?”라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주위의 조언도 많이 구하고 상담도 하고 이러면서 선택해왔던 그런 것들이 돌이켜보면 그렇게 했으면 신중하게 선택했던 것들이 다 잘됐어야 하는데 10개 중에 10개 다 안됐어요. (웃음) 그래서 그 이후에는 어차피 그렇게 해서 안 될 선택이면 어차피 안 되는 건 똑같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로 가자는 생각으로 어느 순간부터 오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후회가 적어진 거 같아요.
Q. 평소 호조 디자이너께서 가지고 계신 습관들이 있으신가요?
A. 관찰을 굉장히 많이 해요. 어떠한 정보와 데이터가 있어야 구상을 하고 떠올릴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사물을 봐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자세히 봐요.
Q. 호조 디자이너께서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A. 디자인은 내가 디자인한 의도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에요. 의도와 맞게 명확하게 정보가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이걸 잘못 전달하거나 전달이 안 되거나 했을 때는 잘못된 디자인이 되는 거예요.
반면에 내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고 인식이 됐을 때가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을 해서 디자인에 있어서 정보 전달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
Q. 앞으로 어떠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나가고 싶으신가요?
A. 모든 창작자들이 다 비슷한 거 같아요.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고 자기의 생각을 공감 받고 싶어 하거든요.
소설가는 글로써 표현하는 거고 랩퍼는 랩으로 자기의 이야기와 생각을 표현하는 거고 영화인들은 그걸 연기로 표현하는 것처럼 저는 일러스트나 캐릭터로 제 생각을 계속 계속 표현하는 것이거든요.
앞으로 무엇이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저를 표현하고 싶어요.
Q. 호조 디자이너의 캐릭터들이 앞으로 어떠한 기억 그리고 어떠한 존재로 남아주었으면 하시나요?
A. 좋은 기억, 밝은 기억,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좋잖아요. (웃음)
캐릭터를 통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공감 받고 위로 받고 즐거움을 얻고 유쾌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어요.
Q. 앞으로 프리랜서로서의 계획이나 추구하시는 목표와 방향성이 있으신가요?
A. '내가 끌어갈 것인가 아니면 끌려갈 것인가'에 대한 말이 있어요. 내가 끌어갈 것이면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준비를 해서 그거에 사람들이 끌려오게 하면 저는 그 작업을 계속하면 되는 거고 게을러서 그걸 준비 못하고 하면 계속 끌려가는 거예요.
프리랜서가 가장 힘든 게 게으름과의 싸움이거든요. 계속 끌어갈 수 있는 작업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서 끌어갔으면 좋겠어요.
Q.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디자이너라면 기본적으로 그림 그리는 스킬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해요. 한마디로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인데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나오지 않아요.
쉽게 얘기하면 “내가 어디 갔다 왔는데 재밌는 얘기 해줄게” 이거 자체는 어딘가를 갔다 와야 되거든요. 그리고 “내가 어제 뭘 했는데 되게 웃긴 일이 있었다” 이거 자체도 어저께 내가 뭔가를 했었어야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이야기 거리들이 외부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내 안에서 나오는 경우도 굉장히 크거든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주변의 환경, 주위 사람의 시선 이런 것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거든요. 그래서 부모님들도 “누가 이거 했다더라”하면서 맞지 않는 옷을 입히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자기한테 맞는 옷을 입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Q.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나갈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것은 결과가 안 좋을 확률이 굉장히 커요. 그래서 이게 “잘못된 선택일까?”라는 그것에 대한 의심과 불확신 때문에 굉장히 지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길을 간다고 해도 그거 역시도 그런 불확신이 드는 건 비슷해요.
그럴 거면 안 되는 건 똑같으니까 어차피 안 될 거라면 조금 더 자신의 길을 믿고 안 되더라도 큰 상심하지 말고 계속 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계속 망하다 보면 그 중에 하나가 걸리는 거 같아요. 불확실성 때문에 무언가의 노출을 주저하고 꺼리다 보면 점점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그렇게 되면 더 힘들어요.
그러니까 어차피 망할 거라고 생각하고 속 길을 걸어가다 보면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 호조(권순호) 디자이너, 최윤정 학생과 ]
[사진= 김호이 기자/ 호조(권순호) 디자이너와 ]
여러분 혹시 이번 카카오프렌즈 호조(권순호) 디자이너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카카오프렌즈의 탄생의 비밀과 함께 호조 디자이너의 상상력에 감탄을 했는데요.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인터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다보면 여러분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최윤정
기사작성: 김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