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
1962년,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가 NASA를 방문했을 때, 그는 즐겁게 바닥을 닦고 있는 한 청소부를 발견하고 케네디는 청소 일이 즐거운지 묻는다. 그러나 그 청소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 청소부는 자신의 일에 스스로 이런 의미를 부여했고 늘 이 의미를 되새기며 청소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망설임없이 쉽게 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스스로 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인간은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왜 이일을 해야하지?” 자신에게 묻고 스스로 그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억지로 그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누구든 그 일을 그만두게 된다. 배움, 학습, 공부도 그러하다.
하기 싫은 일이란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일과 같다.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다고 한다면 그 말은 공부할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말과 동일시해도 된다.
내가 일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중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한다. 이들이 공부하기 싫은 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중학생과 어른은 다른가? 다르지 않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어른들은 공부하는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일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어른이 10명 중 6명이라고 한다. 공부하지 않는 어른들은 공부할 이유가 없어서 공부를 안하는 것이다. 어른들도 유학,취업, 승진, 자기 개발 등의 이유가 생기면 공부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없으면 어른들도 공부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시작 전에 “왜 이일을 하는가?”의 답을 찾아야 한다. <스타트 위드 와이> 책의 저자 사이먼 시넥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why?”를 먼저 정하라고 한다. “why?”의 답을 구하면, 그 답은 앞으로 하게 될 모든 행동의 기준이 된다고 한다. “why?”를 찾으면, “why?”를 이루기 위한 “how?” 즉, 방법을 쉽게 찾게 된다. 또 그 다음에 “what?”을 쉽게 찾게 된다. “why?”는 일의 첫 시작이자 성공의 열쇠이다.
기업들도 why가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의 “why?”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혁신적인 제품과 경험을 만든다.”이다. 사람들도 자신들이 하는 일에 “why?”가 있다. 학생들도 자신의 공부에 “why?”가 있어야 한다.
의대 입시 면접관들은 의대 지원자들에게 “너는 왜 의사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한다. 학생들은 3년 동안 공부하면서 수없이 이 답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을 찾은 학생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이 답을 찾은 학생은 공부에 전념하기 쉬웠을 것이다. 또 좋은 생기부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의 비젼 그리고 개인의 비젼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인 경우가 많다. 타인의 삶을 개선시키는 댓가로 개인도 기업도 이윤을 창출한다. 대개는 개인과 기업의 목표는 오로지 부의 창출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이들이 부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이롭게 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에 그렇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를 보자. 대학 수시 선발과정에서 생기부와 면접을 통해 대학은 ‘이 학생이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인가?’를 살핀다. 서울대 의대 수시 합격생 중에서 수화를 배워 장애 학우를 도왔던 봉사 기록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이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것은 이 학생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사회에게도 매우 이로운 일이다. 이 학생이 의사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이로울지 정말 기대된다. 그리고 이 학생이 무사히 학업을 잘 마치길 기도하고 싶어진다. 왠지 내가 기도하지 않아도 온 우주가 이 학생을 도와줄 것 같다. 이 학생은 반드시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성실히 노력했을 것이다.
이제 평범한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탐구해 보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설레는지?’
대개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너무 당황해한다.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런 스스로의 질문과 답을 통해서 자신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예전에 가난했던 시절에는 공부만 잘 하면 출세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 법대에 가서 사법고시 합격을 하고 검사가 되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꽤 많다. 이 시절엔 가난을 면하는 것이 공부의 강력한 동기였다. 여전히 공부 잘해야 가질 수 있는 몇몇 유망 직업에 때문에 막대한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면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 지금도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여전히 공부의 강력한 동기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의 성공 과정, 돈에 대한 태도, 삶의 철학을 서장훈이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만든 <이웃집 백만장자>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이 부자들은 꽃을 팔기도 하고, 변기를 팔기도 하고, 농사를 짓기도 한다. 결국 부를 이루는 방식은 다양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부를 이루기 위해서 공부를 안해도 된다가 아니다. 특별히 기술 위주의 교육이 필요한 직업을 제외하고 많은 유망한 직업들은 대학 교육을 요구한다. 이 직업들 중 몇몇은 여전히 학벌이 중시된다. 이런 직업들이 목표인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길 바란다. 스무 살 이후에는 일정 수준의 독립을 하게 되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완전한 경제적 독립이 요구되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대학에 가서 직업을 생각해 보자”가 아니라,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중등·고등 시기부터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까지 생각해 볼 때 비로소 가슴이 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신만의 탐색 여정은 생기부에 기록으로 남겨진다.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생각 보다 오히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은 더 뛸 것이다.
바바라 프레드릭슨의 Broaden-and-Build 이론에 의하면 타인을 돕는다는 생각은 돈이라는 외적 보상보다 의미·가치·연결감이라는 긍정 정서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 긍정 정서는 사고를 넓히고, 행동을 자발적으로 만들며, 공부·노력·도전을 지속하게 하는 강한 내적 동기로 작동하게 된다.
가슴이 뛰면 동기는 강해진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이전에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은 충분히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내가 하게 될 일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면,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결국 자신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것이다. 모두가 서울대에 갈 필요는 없다. 서울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전공과 대학에 진학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분명해지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입시 공부를 기꺼이 하게 된다.
“왜(why)를 아는 사람은 거의 모든 어떻게(how)를 견뎌낼 수 있다.”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
결국 왜(why)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why)를 알면 그 뒤에 모든 것이 명확해 진다.
왜(why)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why’는 자신의 내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자기 자신만이 원하는 진실한 ‘why’는 이미 자신안에 존재하고있다.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자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할 때, 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부모가 정해준 직업이나 전공이 아닌, 자신의 내면이 알려주는 ‘why’는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자신이 살아온 유일무이한 경험과 느낀 점들, 내가 가진 재능,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내가 희망하는 미래의 모습, 나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서로 얽히며 자신만의 미래상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자신만의 ‘why’가 분명해질수록, 이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 또한 자연스럽게 또렷해진다.”
나만의 공부하는 이유를 찾는 시도는 어릴수록 즉 빨리할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