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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민 Oct 02. 2017

스트레스 받는가? 사랑하라

스트레스와 애착 시스템의 활성화

스트레스와 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 애착 시스템


사람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외부의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에 우리 몸과 마음은 하루 24시간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해소하는지는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피해야 할 큰 적이자 자신을 병들게 하는 무서운 존재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외부의 기회이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의 애착 시스템이다. 애착 시스템은 개인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믿고 도움을 받을 만큼 좋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세상이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믿는 안정적인 애착 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올 때 후자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이 스트레스는 자신이 겪어내어 더 성장하기 위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긴장감을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나눌 수 있고 그들로부터 감정적 실제적 지지와 도움을 받으며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겪어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자신을 해치는 적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한 기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자존감이 낮고 세상을 믿을 수 없어 하며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을 돕기 보다 착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불안정한 애착 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자신의 견고함을 흔드는 외부의 적으로 인식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올 때 신뢰할 만한 누군가와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 자체가 마치 없는 것처럼 아예 인식하려 하지 않거나 혼자 어떻게라도 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혹은 스트레스에 완전히 압도되어 비적응적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피하려 하는 등의 문제행동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힘든지 물어보는 질문에 아무 것도 힘들지 않다고 사실을 왜곡해서 말하거나 어차피 말해봤자 자신의 약점만 노출된다고 생각해서 별 일 없다고 축소해서 말을 하거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관심 갖지 말라고 반응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일수록 스트레스에 신체적 감정적으로 취약하여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분노조절의 문제 라던가 중독 성향, 기분 장애, 수면 장애 등의 여러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스트레스가 애착 시스템을 활성화 시키는 것과 연관이 있다. 스트레스는 평소에는 별로 작동하지 않고 있던 우리 안의 애착 시스템을 ON으로 전환시킨다. 그러면 우리는 각자 내장된 애착 시스템의 구조에 따라 그 스트레스를 애착 대상에게 가지고 가서 위로받고 해결할만한 심적 자산을 충전하려 할 수도 있고 믿을 수 없는 외부에 스트레스를 털어놓기 보다 혼자 끌어안고 괴로워하며 문제에 압도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안정된 애착 시스템과 불안정한 애착 시스템


 그러므로 각자의 애착 시스템이 어떠한지를 검증하여 아는 것은 일상생활을 부드럽게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애착 시스템은 어느 한 순간에 결정되거나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어릴 적 경험과 자라서의 여러 성장의 기회를 통해 발전시킨 애착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과 세상을 인식한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애착 시스템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 어릴 적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양육을 받지 못해 애착 시스템이 불안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라면서 또는 성인이 되어 중요한 대상들에게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이해받는 경험을 겪으면 애착시스템이 안정될 수 있다.  애착 시스템이 안정된다는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다른사람들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기대할 수 있고 실제로 도움을 받을 것이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재미있는 곳이다" 라는 내적 믿음이 공고해지는 것이다. 이런 안정적인 애착 시스템이 자리잡을 때 사람은 외부의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그에 적합한 정도의 대처를 스스로 그리고 주변과의 소통을 통해 실행해 낼 수 있다. 


 불안정한 애착 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과도하게 불안해 하며 감정적으로 마비되는 유형이 있다. 끊임없이 외부의 조언이나 지지를 바라지만 어떠한 위안이나 지지에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불안한 사람들이다. 만족하지 못하는 내부의 불안을 주변 사람들이 충분히 자신을 받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에 분노하며 더 나은 대상을 찾아 떠돌거나 강박적으로 관계에 집착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일관된 양육을 받지 못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는 엄마가 와서 잘 들어주고 처리해주고 어떤때는 엄마가 내 이야기와 감정을 무시하거나 윽박지르는 일을 반복해서 겪으면서 세상과 다른 사람에 대해 늘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는 안정적인 상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사랑받을 만하는 믿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으로라도 자신을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외부의 일에 집착하게 된다. 이를 테면 외모, 성격, 돈, 성공 등의 외부적 가치를 자신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만들려고 한다.


또 다른 형태는 스트레스 자체를 인식하려 하지 않거나 피하려 하는 회피형의 사람들이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그 문제와 관련된 감정들을 떠올리려 하지 않고 문제 자체를 회피하고 방치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밖에서 분명히 큰 감정적 고통을 겪었음에도 집에 와서 전혀 이야기 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도그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문제를 축소하고 예를 들어 잠을 자거나 술을 먹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다른 행동을 하며 감정을 덮으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스트레스나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을 매우 어색해 하고 아예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사람은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공공연히 표현하며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지 나에게 어떤 감정적 스트레스도 말하지 말라고 관계에 철벽을 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감정을 충분히 공감받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르도록 교육 받은 사람들일 수 있다. 한국 남성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은데 남자는 울면 안된다. 그런 약한소리를 하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크면서 자신 안의 약함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다보니 자라서도 스트레스를 남과 나누지 못하고 혼자 안으로만 삭히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마지막 형태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여 상황에 따라 극단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며 그 행동 사이에 통합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폭력, 범범행위, 성적문란 등 일탈행동을 하여 주변을 괴롭게 하기도 하고, 자신의 욕구를 다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요구에 모두 맞추어 주변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큰 스트레스가 닥쳐오면 그 동안 해오던 행동들 사이의 일관성이 깨어지면서 심한 우울감에 빠지거나 기억이 일시적으로 안나거나 자해 행동을 하거나 주변에 죽겠다고 자살 협박을 하기도 하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행동 양상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어린 시절 양육자가 돌보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두렵게 한 공격자이기도 한 경우에 세상에 대해 통합된 인상을 내부에 형성하지 못하고 파편화된 형태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을 다 버리고 다른 사람을 돕는 헌신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주변을 괴롭게 하는 행동을 일삼는 문제적 인물이 되기도 하는데 이 두 유형의 내면에는 공통적으로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만성적인 공허함이 있다. 다른 사람을 도와도, 다른 사람을 괴롭혀도 채워지지 않는 내부의 공허함이 있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 앞에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일관적 행동양상이 무너지면 극심한 정서적 혼란과 자살행동 같은 극단적인 행동양식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나의 태도 이면에는 나의 애착 시스템이 있고 이는 성인기의 여러 경험으로 안정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를 믿고 주변을 믿고 누군가와 사랑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될때 어릴 적 형성된 애착시스템이 불안정 할 지라도 충분히 안정된 애착 시스템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신비인 것 같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래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사람은 애착 시스템이라는 일관된 형태로 세상과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에 겉으로 볼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중요한 타인과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안정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틀리다. 뇌는 가소성이 있다. 가소성이란 변할 수 있음을 말한다. 뇌는 좋은 찰흙과 같아서 경험은 이 찰흙을 어떤 모양으로 빚을 지 결정하는 손과 같다. 지금 당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 사람과의 관계가 당신의 뇌를 새롭게 빚을 것이고 그 빚은 결과로 당신은 날마다 더욱 스스로를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이 세상을 더욱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은희경 작가의 말이 우리의 스트레스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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