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한다. 누구나 그렇다. 나도 그렇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하고, 다 같이 한다. 나도 그렇다. 고로 역사는 반복된다.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늘 반복하는 ‘새해의 다짐’이라던지, ‘내일은 미라클 모닝에 성공하겠다’던지, ‘살을 빼서 옷장에 잠자고 있는 옷을 입고 말겠다’ 등의 곧 무의미해질 다짐과 공허한 목표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고, 어김없이 다시 그 실수를 범하게 만든다. 2022년 12월 31일 야심 차게 2023년에는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점철된 한 해를 살고 말겠다 다시금 다짐했으나, 실패했다. 여전히 나는 거대한 몸을 유지했고, 운동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10km 마라톤을 참가하겠다는 목표만은 사수해 결국 10km 마라톤 완주에 성공해 그 굳은 다짐의 일부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다짐들의 실패는 나만 겪는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괜히 옛 어르신들이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을까?!
이렇듯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작심삼일로 쌓인 실수의 반복들은 개인의 역사를 넘어 모두의 역사가 되어 반복되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나비의 날갯짓이 아닐까 싶다. 최근 중국 경제를 살펴보면, 미국과의 양강구도를 만들어내며, G2를 넘어 G1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선보였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처참하게 추락 중이다. 이런 모습은 90년대 미국을 위협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아, 결국 역사는 이래나 저래나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역사의 반복은 한국 미술시장에서는 어떻게 펼쳐지고 있을까?
https://m.segye.com/view/20220628518377
한국 미술시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글로벌 자산시장의 활황으로 덩달아 성장하며,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4,000억 원을 넘지 못했던 시장규모가 단박에 1조 원을 넘어서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작품 거래가격으로 미술품 자체에 대한 관심과 함께 투자, 투기성 구매가 이어져 시장의 외적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다들 아시겠지만 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수식어는 곧이어 다가올 시장의 침체를 나타내는 서막이니.. 과거를 보며 우리의 실수, 역사의 반복을 되새김질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이켜 보자.
때는 바야흐로 2006년, 글로벌 경제의 호황과 중국현대미술의 글로벌 미술시장의 관심의 여파로 한국 미술시장 역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던 시기이다. 더욱이, 1998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서울옥션에 이어 2005년 케이옥션이 설립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역시 경쟁구도가 성립되며 호황을 맞이한 미술시장에 불을 붙였다. 그 결과 당시 최고의 작가로 시장에서 평가받던 박수근, 이중섭, 김종학, 오치균 등의 작가들의 작품은 그 끝을 모르고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홍경택, 이동기, 김동유 등의 작가들의 작품은 당시의 중견작가들을 넘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당시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졌던 글로벌 컬렉터들의 선택을 받아 활발한 해외진출을 이뤄냈다. 게다가 이런 시장의 흐름은 단기과열을 만들어내 아직 졸업을 하지 못한 대학생들의 작품마저 전시를 통한 매진행렬을 만들어내 젊은 학생들의 미처 그림을 그리지 못한 비어 있는 캔버스에 판매 스티커가 붙을 정도로 시장은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했던 시기이다.
https://www.mk.co.kr/news/culture/4557053
하지만, 불과 1년 여가 지난 후 미술계는 연거푸 대내외적인 수많은 사건과 사고로 인해 뜨거웠던 시장은 빠르게 식어버렸고 미술품의 가격은 상승분을 반납했다. 2007년 신정아 게이트로 불리는 미술품 로비사건을 시작으로 뒤를 이어 2007년 07월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당대 한국작가 최고가인 45억 원을 기록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에 대한 위작시비가 불거졌다. 결과적으로 진품으로 결론이 났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국민화가로 거듭난 상황에 터진 위작시비는 이제 막 상승추세를 탔던 박수근 화백 작품의 거래를 위축시켜 시장의 활기를 빼앗는데 일조했다. 2008년 들어 보다 강력한 악재들이 일어났는데, 그 시작은 국내 최고의 기업이었던 삼성의 비자금 특검이었다. 이때 비자금 특검과 관련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공개되며 거대 재벌의 비자금에 미술품이 활용되었다는 언론의 보도로 인해 미술품 구매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이 강화되며 미술품 구매를 숨기고자 하는 컬렉터가 늘며 시장이 위축되었다. 이후 삼성 비자금 뒤를 이어 삼성 홍라희 여사의 리움미술관장이 미술관장직을 사퇴하며, 국내 현대미술의 든든한 후원자가 자리를 떠나며 미술계의 유동성이 약화되었다(다행이 지금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사회환원이 되어 컬렉션의 순기능이 발휘되었다). 더욱이, 국회에서는 오랜 기간 염원하던 미술품 양도세 부과를 통과시켜 당시 자산가들이 원했던 익명성을 다소 잃게 되어 단기적으로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특히, 같은 달 미국에서는 리만 브라더스 파산이 일어나며 본격적인 금융위기의 서막이 열리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시경제의 큰 여파가 미술계에 들이닥쳤다.
시간을 되돌이켜보니 일부러 한 산업을 어렵게 만들려고 나라 전체가, 아니 전 세계가 노력한 듯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몰아치듯 발생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수식어를 반납하고 만들고, 기나긴 침체에 접어들게 만들었다.
자, 다시 현재로 돌아와 2차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겪은 미술시장은 과거를 반면교사해 호황을 최대한 이끌어 냈을까? 그 결과는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2000년대 들어 맞이한 두 번째 큰 기회 역시 1년 6개월가량의 짧은 호황으로 마무리되었다. 다만, 이번 호황장에서는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조 원이라는 기념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시장자체의 양적 성장을 통해 향후 지속해서 미술시장이 일정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물론, 예측과 예상은 그 무엇 하나 맞는 부분이 없긴 하다) 짧은 호황장 이후 다가온 이번 침체기는 이전처럼 대내외적인 굵직한 사건들이 아닌 글로벌 자산시장의 위축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다 단순하게 침체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역사는 반복된다 했으니 우리는 침체가 본격화된 이 시점에서 향후 국내 미술시장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과거를 살펴보면 그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https://www.mk.co.kr/news/culture/4557053
다시 2009년으로 돌아가면,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되며 호황장에 유입되었던 시장참여자들은(투자·투기를 목적으로 미술시장에 들어온) 기대했던 급격한 가격상승추세가 꺾이자 빠르게 떠난 시장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당시 블루칩부터 라이징스타로 분류되었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 거래는 급속도로 축소되었고, 미술계는 변해버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1. 투자층이 아닌 향유층 공략
2. 미술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신진작가 작품 판매
3. VVIP 상대 미술 마케팅을 강화
사실, 미술계가 선택한 3가지 방식은 미술품을 거래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을 다시금 주목한 것으로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기에는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기본적으로 실활용도가 낮은 미술품의 경우 심미적 만족감과 내적 풍요로움을 위한 감상의 목적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만큼 작품소장을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소장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원론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2005년부터 시작된 미술시장의 호황으로 인해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순식간에 최소 100% 이상의 상승을 했으니,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은 작품 구매에 심리적 허들을 만들었을 것이고 이를 우회하기 위해 신진작가를 발굴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 것 역시 적절하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바운더리 내에 적절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VVIP 상대 미술 마케팅 역시 미술시장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자본가, 귀족, 권력가 등의 후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한 것을 돌이켜볼 때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술시장의 근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미술계의 대처는 주요했을까?
그렇다. 그들의 시도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였고, 최선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평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그리 대단치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 2009년 급격한 하락을 맞은 이후 미술시장은 2011년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유지했다. 2012년 반등에 성공한 이후부터는 다시 상승추세를 만들어 왔지만, 그들의 할 수 있는 만큼의 대응은 결국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2024년을 맞이한 미술계는 과거의 대응을 참고 삼아 어떻게 대응했고, 적응할 것인가?
미술계의 대응과 현상을 살펴보면 아쉽게도 지난 침체기의 대처에 비해 크게 변화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진작가를 육성하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판로를 찾는 갤러리들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같은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상승장과 마찬가지로 호황장의 여파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신생 갤러리들의 모습을 보면,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미술시장을 돈으로만 바라보고 그곳에서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모습은 사람만 바뀌지 그 결과는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반복된 결과만을 본다면, 이번 침체기 역시 대응에 실패하고 그 결과 기나긴 침체의 수렁에 빠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것만 같다. 다만, 강산이 두 번도 변할 시간이 지난 지금, 과연 새로운 변화는 단 하나도 없는 것일까?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 그 과거의 실수를 다시 범할 수는 있지만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해버렸다. 이제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닐지 모르는 우리의 한국 미술계,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찾아보는 시간은 다음 기회로 넘기고 너무 길어진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조촐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과연 업계 종사자 말고도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써 내려가는 이 글이 다음 회에 마무리되는 것을 목표로 다시금 달려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