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이에 낀 40대 아줌마의 고군분투 영어이야기

by 라라

Level Test를 받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분명 이 중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것 같았다.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는 그렇게 멘털을 다잡고, 자기소개와 취미,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 간단한 영어 질문에 대답했다.

물론 선생님이 다른 질문도 하셨지만, 알아듣지 못해서 나의 테스트는 금세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가장 낮은 1 레벨.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그룹에는 대부분 2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있었다. 이미 서로 친해진 분위기였다.
‘내가 다가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기소개는 했고, 누군가 나이를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누가 봐도 40대 아줌마지만,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이를 밝히는 순간, 내 안의 거리감이 더 커질 것 같았다.


이곳은 영어 학원이 아니라 영어 모임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화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공간 안에는 탁구대도 있고, 피아노와 드럼 등 악기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나에겐 모든 게 어색했다.
원래도 내성적인 성격이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이곳에 발을 디딘 것 자체가

내겐 꽤 큰 용기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그룹원들은 친절했고,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이어가며 조금씩 대화도 나눴다.


하지만 이곳은 정해진 교실이 있는 학원이 아니라, 큰 공간 안에 그룹별로 책상을 나눠 앉아 수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소음이 심했고, 작은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영어 실력도 자신 없고, 자꾸만 내 목소리는 작아졌다.

결국 첫날 수업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날의 교재에는 해당 범위가 정해져 있었고, 선생님이 간단한 설명 후 “30 문장을 20분 안에 외우라”라고 하셨다. 순간 당황했다.
10개도 힘든데 30개라니.
아니나 다를까, 질문을 하셨지만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땀을 흘렸다.

다른 학생들은 놀랄 정도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젊음이 그저 부럽기만 했다.
그래도 젊은이들 사이에 섞여 함께 공부하다 보니 학창 시절도 떠오르고, 어딘가 모르게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4회 차 수업이 되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고, 마음도 편치 않았다.

수업 중인데도 그룹원들끼리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저 우두커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장을 외우라고 주어진 시간에도 선생님과 학생들이 주말에 놀러 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문장에 집중이 되지 않았고, 급기야 귀에서 이명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원래부터 이런 분위기였지만, 유독 그날은 모든 게 불편하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계속 다닐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했을까?’
‘혹시 나만 힘든 건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20대 사이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다 보니 내 목소리를 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왕 용기를 내어 시작한 만큼, 이제는 나 자신을 다독이며 목소리라도 조금 더 크게 내보자는 결심이 들었다. 안 그러면 이 정글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만 집중해서 하면 좋겠는데, 계속 이어지는 수다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더 조용한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보다 그들이 나를 더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건 아닐까?


한 번은 외국인 선생님과 수업을 했는데, 모두 영어 이름으로 불러주던 선생님이 내게만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계속 그렇게 부르시기에 “제가 학생으로 온 거니까 영어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라고 부탁드렸다. 이후에는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이런 것들도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나보다 나이가 있는 분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나도 자연스럽게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수업을 계속 들을수록 처음보다 더 어색하고 불편해졌다.

고민이 된다.
이대로 젊은 친구들 틈에서 ‘미친 듯이’ 영어 공부를 하며 적응해 볼지, 아니면 나에게 맞는 더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지.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쉽게 말하기 어렵다.


다음 주, 내 멘털은 과연 살아남아 있을까?


지금 나는, 그 고민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