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앞에 서면 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텐데도, 괜히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나이에 내가 여길 들어가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나를 붙잡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학교 다닐 때도 안 하던 예습을, 이제야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늘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학생일 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까막눈이 된 기분이다.
열심히 외워 갔는데도 막상 교실에 앉으면 기억은 뿌옇게 날아가 버린다.
20분 만에 30문장을 외우는 20대들을 보며 나는 종종 숨이 막힌다.
그들의 눈빛은 반짝이고, 머리는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데 내 머릿속은 자꾸만 새어 나간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예습을 했다.
기초 회화책을 사서, 한글만 봐도 영어 문장이 줄줄 나올 정도로 밤마다 읊조리며 준비했다.
“이번에도 못 따라가면, 이번이 마지막일지 몰라.”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교실 문을 향했다.
그런데 수업 당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선생님은 몸이 아프셔서 나오지 못했고, 학생들은 대부분 빠졌다.
남은 건 나와 또 한 사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기초반에 들어가야 했다.
처음 보는 얼굴들 앞에서 다시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순간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의외였다.
그곳의 분위기는 훨씬 따뜻했고, 서로 웃으며 말을 건네는 학생들이 있었다.
선생님의 발음은 귀에 쏙쏙 들어왔고, 설명도 명확했다.
무엇보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이 계셨다.
그분은 수업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이 탓만 하고 있을 게 아니구나.”
물론 젊은 학생들은 여전히 빨리 외우고 능숙하게 따라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예습을 한 덕분에 수업 흐름을 놓치지 않았고, 나도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화에 섞일 수 있었다.
교실 문턱 앞에서 느꼈던 두려움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게 느껴졌다.
교실은 늘 나를 긴장시키는 공간이다. 문을 열기 전, 숨을 고르고 용기를 다잡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들어서고 나면,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배움이었다.
오늘 수업은 대성공이었다. 나를 주눅 들게 했던 문턱이, 결국은 나 스스로 만들어낸 선이었음을 알았다.
그 선을 넘어설 때마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