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요즘 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모티콘부터 날린다.
나만 그런게 아닐거란 생각도 해본다.
친구가 "요즘 왜 이리 맘이 복잡하지"라고 하면, 나는 "왜? 무슨 일인데?"보다
먼저 <걱정하지마, 인생은 한방이야! 옥철이 이모티콘>을 던진다.
말하자면, 감정 동기화 버튼 같은 거다.
"불안하다고? 나도 요즘 그래, 일단!"
이모티콘으로 먼저 같이 공감해주고 나서야 비로소 말이 따라간다.
사실 이모티콘은 나에게 작은 방패이자, 감정의 미리보기 같은 존재다.
이모티콘 하나 툭 보내면 이상하게 덜 어색하고, 덜 무겁다.
진심은 가끔 너무 무겁고, 말로 하면 왠지 서툴게 느껴지니까.
어느날 부턴가 남편이 대답이 하기 귀찮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모티콘으로만 답장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엔 그냥 넘겼는데...
내가 글을 보내고 대답을 해줘야 하거나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는 데도
계속 이모티콘으로만 답장을 하는게 아닌가?
그런 남편에게 난 참을만큼 참았어라는 분노의 감정을 가득 담아
밥상을 뒤엎는 카카오 이모티콘을 연달아 계속 보냈었다.
그런데도 이 무심하고 눈치없는 남편은 왜그러냐는 듯한 표현을 하는 이모티콘을
나에게 날리는 것이 아닌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때부턴 나도 이모티콘이다.
어쩔 땐 남편이 보내는 이모티콘은 무시해버린다.
나의 소심한 복수.....
어느날은 오래된 친구에게 "힘내"라고 말하려다 결국 보낸건
옥순이가 하트를 안고 있는 이모티콘 하나였다.
다행히 친구는 그 하트를 읽어줬다.
그러고 보면 난 옥철이 옥순이 이모티콘 시리즈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너답게 말하네. 근데 고마워."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진심을 이모티콘에게 맡긴다.
어쩌면 이모티콘은 내가 말을 고르느라 망설이는 사이, 먼저 가서 내 마음을 대신
전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고마움을 표현할 때도,
심지어 "나 화났어"라고 말할 용기가 없을 때도
이모티콘은 묵묵히 내 감정을 들고 나서준다.
말보다 먼저, 하지만 말 이상으로.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못 꺼내고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
그냥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았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닿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