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너라서 참 다행이야

by 라라

안녕, 어린 나.

거울 보면서 "나 진짜 예쁜 것 같아"하다가 벽에 부딪힌 너 말이야.

그래, 네가 나고, 내가 너다.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어.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았니?

지금 너는 세상이 궁금해서 눈을 반짝이고,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아 매일 꿈을 꾸고 있겠지.

그 모습, 참 예뻐서 오랜 시간 지나고 나서도 선명하게 기억난단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어린 날의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

지금의 내가,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너는 자주 울곤 했지. 집에서도 거의 안 우는 날이 없어서 부모님에게 혼도 나고,

친척집에선 네가 오는 걸, 더군다나 자고 가는 걸 무척이나 꺼려하는 티를 내는 걸

어린 나이지만 느낄 수가 있었지.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툴렀고, 칭찬 한 마디에 기뻐하다가도 혼나면 금세 기가 죽곤 했지.

그런 너를 보며 어른들은 "유난스럽다"라고 했지만, 나는 알아.

너는 그냥 마음이 어렸을 뿐이고, 누구보다 섬세하고 따뜻했어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해.

네가 좋아하는 게 많고 궁금하는 게 많아서 그걸 다 채우지 못했을 때 울지 않았을까 싶어.


가끔은 외롭다고 느꼈던 적도 있지?

아무도 너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알고 보면, 너는 늘 사랑받고 있었단다.

표현이 서툴렀을 뿐이지, 가족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너를 아끼고 있었어.

그 마음들, 이제 와서야 보이더라.

그때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아마 다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거야.


가끔 어린 시절 살던 동네와 같이 놀던 친구들이 꿈에 나오곤 해.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너무 보고 싶기도 하고....

그 친구들도 내가 보고 싶을까?

나 어릴 때 참 못되고 욕심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거든.


시간이 지나면서 너는 상처도 받고, 사람을 믿는 일에 조심스러워지기도 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는 점점 단단해지고, 네안의 따뜻함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네가 흘린 눈물들은 헛되지 않았어. 그 눈물들이 너를 더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었거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할게.

어릴 적 그 꿈들, 꼭 다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

대신 그 꿈을 품었던 네 마음만은 잊지 말고 살아.

지금의 나는, 네가 남겨준 순수함 덕분에 여전히 웃을 수 있거든


시간이 흐르면 많은 걸 잊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너는 잊지 말아 줘.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너의 마음을.

그리고 꿈꾸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너의 눈빛을


어린 나야, 고마워

너라서 참 다행이야.


늘 네 편인

조금 자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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