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다

by 라라


누구나 나를 당연하게 여긴다.

앉으면 되고, 기대면 그만인 존재. 이름조차 부르지 않는다.

그냥 '의자'.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인생이 있다. 아니, 가구생이라는 게 있다.


처음 공장에서 태어났을 땐 부드러운 윤이 났다. 다리도 뻣뻣하고 튼튼했고,

기대고 싶은 곡선도 제법 있었다.

쇼룸에 전시되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나를 보며 "예쁘다" "편해 보인다" "이거 사고 싶다"는 말이 오갔다.

나는 스타였다.

"그땐 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기쁜 순간도 잠시였다. 사람들은 나를 쥐고, 누르고, 흔들고, 눕는다.

무게는 점점 늘어가고, 자세는 거칠어진다. 가끔은 회의 중에 의자춤을 추는 인간도 있다.

나를 앞뒤로 흔들며 김장감을 푼다. "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우리 집엔 내가 좋아하는 의자가 두 개 있다. 하나는 흔들의자로 창밖을 내다보며 멍 때릴 때 좋은 의자이다.

하나는 안방에 있는 의자로 머리 통증 수술 후 머리까지 기댈 수 있는 편한 의자를 찾다가 산 얘기엄마들의

수유의자나 마찬가지인데 너무 편안하고 거기에 앉아 있으면 잠이 솔솔 쏟아질 정도였다.

지금은 주로 책상의자로 쓰고 있다. 책상 높이를 맞췄더니 쓸 만 해졌다.

이 소중한 의자들에게 이름이라도 붙여줘야 하나?

'초록이' 흔들이'?


의자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건 이제 이 의자도 수명이 다했나 생각했다.

의자도 스트레스를 받겠지? 모든 사물엔 생명력이 있다고 했으니깐.

어쩌면 마지막 경고, 언젠간 의자는 참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사람을 등 뒤로 넘어뜨릴 것이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말하겠지.


"의자도 스트레스를 받나 봐."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의자. 어느 장소에 가든 우린 의자를 찾게 된다.

집에서 책상에서 공부할 때도.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도 우린 의자가 없인 살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의자가 없는 장소가 있을까?

카페에만 가도 의자가 다양한 디자인으로 분위기가 좋은 의자가 있고, 도서관, 학교, 회사 등

의자가 없는 곳이 없는데....


어찌 보면 의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도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도 처음엔 너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늙어가면서 볼품이 없어진다.

의자도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똑같이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이를 먹고 나 자신이 쓸모가 없어졌다고 느껴질 때의 그 좌절감과 슬픔 감정들을 의자들도 똑같이 느낀다고 생각해 본다. 난 오늘도 의자에게 말을 걸어본다.

"오늘도 편안하게 앉게 해 줘서 고장 나지 않고 튼튼해서 정말 고마워. 건강해야 해"


의자들도 생각한다.


"우릴 조금만 아껴줬더라면...."


지나가다 버려진 의자를 보니 이 의자들이

얼마나 슬프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 맘

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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