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써 내려가는 하루

글을 쓰는 동안 나의 세상이 잠시 멈춘다

by 라라


언제부턴가 나는 하루의 시작에 앞서 조용히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거창한 이야기를 남기려는 건 아니었다. 단지 오늘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 때문이었다.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 문득 스친 냄새, 나의 생각들 모두가 내게는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키보드 앞에 오래 머물렀고, 말이 되지 않는 문장들을 지우고 또 지웠다.

어떤 날은 한 문장을 쓰기까지 몇 시간을 앓는다

어떤 날은 종일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조차도 하루를 살아낸 방식이 된다.

하지만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이 시간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글은 나를 설명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되었다.





오늘 하루도 변함없이 시작이 되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이지만 그래도 이 하루로 버티며 살아간다.

오늘 하루는 어떨까? 기대를 하면서 나의 글을 조용히 써 내려간다.


어젠 퇴근 후 기분이 축 처지는 게 그냥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우리 집 뒤에 아기자기한 카페에 가보았다.

분위기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조용하고, 따뜻한 소품들이 많아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내 맘대로 써 내려가는 하루가, 결국엔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도.



글을 쓰는 동안에는 세상이 잠시 멈춘다.

바깥의 소음은 멀어지고, 마음속 작은 목소리들이 또렷해진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이지만, 나는 이 하루로 버티며 살아간다

그 목소리들은 종종 내가 외면해 온 감정이나 잊고 지낸 기억들이다.




나는 그것들을 가만히 마주하고, 글로 써내려 간다.

어쩌면 그것이 글쓰기의 힘인지도 모른다.

말로 꺼낼 수 없던 것들이 문장을 타고 흘러나오는 것.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단어를 하나 고르고, 다시 지우고, 그런 시간이 계속되었다.

누군가 보기엔 무의미할지 모를, 나만의 싸움이었다.


글을 쓸 때면 마음속 깊은 곳이 하나씩 열리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오래된 기억이 흘러나오고, 한때는 지나갔다고 여겼던 감정들이 다시 나를 찾아온다.

나는 그 감정들을 손끝으로 받아 적는다.


말보다 느린 언어, 글로.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쓰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조용히 하루를 써 내려간다.


이 조용한 하루의 끝에 나는 또 한 줄을 쓴다.

평범하지만 내게는 소중한 기록,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글이지만, 그렇게 나는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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