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버스 앱을 6년간 혼자 서비스하면서 얻은 값진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
부산버스 앱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 한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자났다. 그동안 서비스를 운영해 오면서의 얻은 값진 경험들에 대해 한번 써볼까 한다.
부산버스 앱은 대학교 시절에 하나의 과제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2010년 국내 스마트폰이 활성화될 초기에 나는 운 좋게 윈도우 모바일이 탑재된 스마트폰이라도 부르기에는 부족한 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윈도우 모바일 OS는 C#이라는 언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폰에서 실행 해볼 수 있었다. C언어를 배웠던 덕에 C#이라는 접해보지 않는 언어를 쉽게 다룰 수 있었다. 과제와 윈도우 모바일 OS의 폰을 가지고 있던 환경 속에서 버스 도착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게 되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막상 기다린다는 것
지금도 그렇지만 왜 버스앱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그냥 기다리는 것에 나는 불편함을 느꼈을 뿐이다. 그것을 해결하고자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알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부산시에서 도착정보를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발견하였다.
이렇게 내가 주어진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노력했고, 마침 학교 과제물 프로젝트로 선택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부산버스 노선안내”라는 앱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처럼 개발하기 쉬운 환경인 오픈 API는 전혀 없었으며, 노선 데이터도 손수 웹페이지에서 파싱 해야 했고, 실시간 버스정보도 웹페이지에서 긁어와야 했다.
나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만든 앱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었다. 당시 지금의 사용자들이 앱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티스토어, 플레이스토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개인 블로그에 설치 파일을 직접 등록하였다. 입소문을 타면서 댓글을 통해 피드백이 오기 시작했다.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
이런 서비스를 처음 접해보던 사용자들의 반응은 고스란히 댓글을 통해 의견이 올라왔다. 가치는 딱 하나였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의 도착시간을 알 수 있다는 것. 내가 디자이너 전공도 아니고 훌륭하게 앱의 기획을 한 것도 아니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딱하나의 가치를 제공했던 것이다.
불편한 UI와 이해 되지않는 내비게이션 구조였지만 사용자들은 이를 감안하고도 그만큼의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했던 것 같다.
이렇게 사용자들이 많이 쓸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댓글에는 버그 수정 및 기능 요청사항이 올라왔다. 많은 요청사항에 대해 일일이 답변도 해주며 구현 가능한 기능과 버그들을 수정해주었다. 이렇게 개발된 설치 파일을 올리면 사용자들은 또 버그를 제보해주는 등 사용자들이 일종의 QA 업무를 작업해준 것이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이 앱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았을 것이다. 피드백을 통해 앱의 안정성과 기능을 점점 높아짐에 따라 나는 한편으로는 더욱 욕심이 났다. UI적으로 좀 더 편한 앱 과 빠르고 사용성이 좋도록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윈도우 모바일에서 작동되는 부산버스앱을 만들고 보니, 2010년 후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점점 국내에서 사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났다. 윈도우 모바일은 구형 OS이며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앱 업데이트를 중단하였다. 그 대신 안드로이드 OS에서 작동되는 앱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였다.
당시 학교의 교육과정에는 JAVA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도서관에서 "JAVA의 정석" 책을 일주일 동안 정독 후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였다. 안드로이드 앱도 블로그를 통해 잠시 배포를 하다가 구글 개발자 콘솔 계정을 만들어 배포했다.
현재 누적 17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앱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다가 댓글에 사용자들의 응원의 글과 감사의 글을 보고 앱을 가만히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로 인해 언제까지 내가 혼자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다른 개발자와 함께 가치 있는 앱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코드를 오픈한 것이다.
다른 개발자과 함께 좀 더 가치 있는 서비스 제공
나와 비슷한 개발자들이 이 코드를 통해 좀 더 나은 앱을 만들어 사용자들이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통해 소스를 오픈하게 되었다.
지금 배포되고 있는 버전이다. 메이저 업데이트로 인해 사용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게 되었다. 구글의 머트리얼 디자인 UI 적용으로 이전 버전의 사용자들이 사용하던 익숙함을 한 번에 깨뜨려 버렸다. 갑자기 바뀐 UI로 익숙했던 사용성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용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사용자들에게서는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사용자들은 잘 적응하였으며 사용성을 흔드는 큰 업데이트는 작게 작게 나누어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업데이트해나가야 한다는 좋은 경험을 얻었다.
지금 적용된 안드로이드 머트리얼 디자인은 디자이너 없이 개발자가 요소별로 색상만 선택하여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심플함 덕으로 디자이너 없이 깔끔한 앱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머트리얼 디자인을 적용한 앱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부산버스 앱은 일간 5만명 주간 1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사용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혼자 스스로 이끌어 간다는것은 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 사용자들의 필요한 가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왔고 업데이트 되었다. 사용자가 요청한 기능이고 사용자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내가 마음대로 정한것이 있다면 어떤기능을 구현할까에 대한 선택뿐이였다. 이렇게 6년간 서비스를 이끌어 오면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핵심가치에대해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였다.
사용자의 원하는 가치를 찾는것 = 최고의 서비스
언제까지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산버스 앱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잊지 말고 좋은 서비스로 이끌어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