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다이어트

by 바보

아침에 일어나 몸무게를 재는데 기분이 상했다. 생각해보면 서른 고개를 넘어서는 늘 그랬다. 몸무게가 줄었을 때도 분명 있었는데 기뻐했던 기억은 한 톨도 없는 반면 늘어난 몸무게를 보며 좌절했던 기억은 많고 많다. 비만도 아니고 40대 치고는 준수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울에 찍힌 숫자는 항상 나를 낙담케 한다.

몸무게가 줄어도 뭔가 뒷맛이 텁텁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결론은 비교 대상이 어제의 내가 아닌 20대 초반의 나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몸무게는 서른 살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흐지부지 되거나,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이어가다 어느 순간 몸 어딘가가 아프게 되고, 건강을 잃으면 날씬한 몸매가 무슨 소용이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몸보신이란 미명 하에 마구 먹어치웠다. 그렇게 닥치는대로 먹고 나서는 저울이 두려워져서 한 두 달은 올라서지 못했다.


자존감은 낮아지고 몸무게는 점점 불어나는 악순환을 끊기로 마음을 먹고 가장 먼저 비교대상을 바꾸었다. 20년 전의 내가 아닌 지난주의 나 혹은 어제의 나를 비교대상으로 했다. 어제보다 1000보 더 걷기, 지난주보다 500그램 감량하기를 목표로 삼고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하는 중이다.

'자존감이 회복되고 선순환이 가속화되어 20대의 몸무게가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런 놀라운 일은 없었다. 변화가 있다면 저울에 올라가는 두려움이 다소 누그러들었다는 것 하나다.


중학생 시절 공부를 잘하던 한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 친구가 중간고사 1등 성적표를 엄마에게 보여주는데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대사가 날아왔다.

"전교에 너보다 잘하는 아이가 아직도 7명이 있다. 방심하지 마라!"

그 친구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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