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by 바보

100세 시대라 하면 통상적인 수명이 100년이라는 말인데, 그렇다고 정작 내가 100세까지 살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살아 있다 하더라도 80세 이후에는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을 바라지만..)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내게 남은 시간은 대략 40년 쯤이라 짐작한다. 오늘밤 잠이들어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고, 퇴근길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끝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 예외적인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지나온 시간이 40년, 그리고 남아 있는 시간이 40년이다. 루틴을 5번 버겁게 소화해내면 주말이 오고, 쏜살같이 주말이 끝나면 루틴이 반복된다. 그렇게 한달이 가고 일년이 간다. 머리에 내려앉은 세월에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 혹은 그마저도 송송 다 빠져버린 동년배 친구들을 만나면 이제 곧 내차례임을 직감하며 마음이 조급해진다. 간혹은 예기치 않게 세상을 저버린 친구도 있으니 이럴땐 머리카락이 대수가 아닌듯 하다.

똑같은 40년인데 지나온 40년과 남아있는 40년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80km를 기차로 여행하는데 서행구간 40km는 끝났고 남은 40km는 급행구간이라면, 게다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서행구간을 지나 남아있는 급행구간은 삭막한 광야나 끝도없이 계속되는 터널이라면, 같은 40km라고 생각하기 어렵겠지.


아니다.

지난 추억들은 윤색되어 그리운 부분이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 인생 전반에는 빛나는 나도 있었지만 근심으로 쪼그라든 나도 있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인생 후반의 나는 더이상 찬란하게 빛나지는 않겠지만 근심으로 납작하게 쪼그라들지도 않을거라 짐작한다.

태어나면서 부터 죽음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 가속을 멈출 방법은 없으니 지나온 시간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나의 존재는 사라지지만 내가 존재했다는 기록은 사라지지 않도록 저항하는 행위로 다시 오지 않을 나의 20대와 30대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