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의 소용

by 바보

1.

아주 어렸을 때, 동네 골목에서 놀다가 처음으로 욕을 먹었다.

“이 띠발노마! 야이 개때끼야!”

앞니도 없는 놈 주제에 욕을..


개의 새끼는 알겠는데 씨의 발은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와서 어머니께 여쭈었다.

“어머니, 친구가 나한테 띠발놈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보지의 뜻을 물었을 때도 당황하지 않으셨던 어머니께서 당황하신 걸 보고 아주 아주 나쁜 말임을 직감했다.

“씨발놈이 원래는 씹 팔 놈인데, 씹은 네가 전에 물었던 보지를 말하는 거야. 그런데 그 보지를 팔아먹을 놈이란 뜻이란다.”

“네? 저는 보지가 없는데요?”

“그렇지, 그러니 네가 나중에 결혼을 했는데, 돈을 벌기 싫어서 네 아내의 그것을 팔아먹을 나쁜 놈이라는 뜻이야. 그러니 얼마나 나쁜 말이니? 절대 쓰면 안 되는 말이겠지?”

“그런데.. 보지를 어떻게 팔아요?”


이상한 타이밍에 성교육이 시작되었다.

뜻을 상세히 알고 나니 너무너무 기분이 나빴다. 고작 땡 안 하고 움직인 게 미래의 아내의 소중한 것을 팔아먹을 나쁜 놈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쁜 짓인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개의 새끼라니, 잘못은 내가 했는데 왜 우리 엄마까지 욕하는 건지 그놈은 정말 아주 아주 나쁜 놈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나쁜 놈이랑은 다시는 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2.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순둥 순둥 하게 생겼다. 욕의 뜻에 대해 상세히 교육받아서인지 혹은 순둥 한 외모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것인지 욕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자라는 동안 부모님이 욕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무엇이든 나는 욕을 쓰지 않았는데, 욕을 빼고는 한 마디의 말도 뱉을 수 없던 중학생 시절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게 신기하게 여겨졌던 것 같다. 욕의 본고장(?) 부산, 그중에서도 곽경택 감독이 나고 자란 누아르의 동네(?) 대신동에서는 욕을 안 하는 인간이 특이한 인간이었다.


쉬는 시간에 한 친구가 물었다.

“마, 니 욕 못하재?”

“할 수 있다, 씨발놈아”

“......”


내가 욕을 했다는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졌고(교실에서는 모든 소문은 삽시간에 퍼진다.) 친구들이 모여들어 때아닌 청문회가 열렸다. 나는 발성 기관만 있으면 못할 말이란 세상에 없으며 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다만 욕을 언제 써야 할지 몰라서 쓰지 않을 뿐이라 해명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요상한 해명에 수긍하고 넘어가 줄 중학생은 없다. 친구들은 욕을 또 해보라며 한마음 한뜻이 되어 외쳤고, 나는 아이들이 흥미를 잃을 때까지 욕을 해줘야 했다.



3.

어머니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코인 설명회에 다녀와서 자식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노후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거란 희망에 눈이 멀어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 투자를 했는데 그 ‘나쁜 놈’이 연락두절이란다. 처음 몇 달간은 수익금이라는 명목으로 20만 원, 30만 원이 입금돼서 무척 행복했던 어머니의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친 것이다.

그렇게나 힘이 없는 목소리를 씩씩한 우리 엄마에게서 들으니 내 마음도 쪼그라들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그 나쁜 놈에게 욕을 좀 하려 합니다. 이에 해당되지 않는 독자님은 페이지를 넘겨주세요. 그리고 니가 그 나쁜놈이라면 아래 글을 꼭 읽어라!)



























나쁜 놈. 아주 아주 나쁜 놈.

언젠가 너도 나랑 똑같이 마음 아파라 나쁜 놈아!!!

이전 13화꼰대가 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