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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머그 May 13. 2016

스티브잡스가 일하는 방식

What it's Really Like Working with Jobs.

아래에 글은 스티브 잡스와 직접적으로 일 한 경험이 있는 글렌 레이드(Glenn Reid)라는 인물이 작성한 글로 그는,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NeXT)에서 1년, 잡스의 애플 복귀 후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약 5년간 최측근에서 일하면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글렌 레이드(Glenn Reid) 사진출처 : WIRED

스티브 잡스와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은 잡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따라다닌다. 잡스가 워낙에 프라이버시에 집착해서 그런 면이 더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이야 많은 것이 바뀌어서 애플에서 일했다는 경험을 발설한다고 하여, 갑자기 애플의 특정 부서에서 전화가 울릴 일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필자 말고도 스티브에 대해 쓴 글들이 워낙에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실제로 그가 일하는 광경을 본 사람은 극히 소수여서 그와 같이 했던 경험을 이 글에서 나누고자 한다.


여러 기사를 봤을 때 "스티브 잡스와 같이 일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는 하다. 그 주장의 의미가 "애플에서 회의가 열렸는데 그를 엘리베이터에서 봤다"거나 "잡스가 있던 시절 애플에서 일했는데, 그가 돌아다니는 광경을 봤지만, 나는 말을 못 걸었지."라는 수준일 수 있다. 난 실제로 잡스와 같이 일했고, 누구보다도 그와 긴밀하게 같이 했으리라고 본다. 그가 깊은 관심을 보인 제품을 만들 때 함께 했기 때문이다.

1985년 어도비 시스템스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어도비 초창기 직원들 중 하나였던 내 직원 번호는 #40이었다. 약 5년 후,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았는데 넥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넥스트는 유닉스 기반에 어도비 기술인 포스트스크립트를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젊고 당당한 나는 넥스트에 지원했다. 그래서 스티브에게 나야말로 넥스트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며 직접 이메일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래서, 1991년 Interpersonal Computing 제품 관리자로 넥스트 직원이 되었는데, 사실상 Interpersonal Computing은 지금의 인터넷이었다. 하지만 월드와이드웹(WWW)이 주류가 되기 전까지는 아직 5년을 더 기다려야 했고 당시 아무도 인터넷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였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애플은 4억 달러를 들여 넥스트를 인수했는데, 스티브는 나를 불러들여 아이무비 1.0 작업을 시켰다. 아마도 맥오에스텐이 된 넥스트스텝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어서 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스티브가 넥스트스텝의 페이지 레이아웃 소프트웨어 PasteUp을 좋아했는데, 그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 팀은 스티브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일정보다 앞서 작업을 끝낼 정도로 잘 지원을 해줬다.

아이무비 때문에 했던 첫 회의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3~4명이 애플 내부 어딘가에 있는 은밀한 방에 모였고, 그곳에는 칠판이 아주 많았다. 우리는 아이무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논의했는데, 순수하게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했었으며, 스티브가 칠판에다가 빠르게 비전을 그리면 우리는 그 모습을 실제 작업해 보고, 어디 가 안 되는지 알아낸 다음 스티브가 다시 비전을 그리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디자인의 요점은 정말 반복이었고 이 과정은 출하할 때까지 계속 반복해야 했다.


정말 비밀 프로젝트였다.

팀원은 딱 3명이었고 1년 내에 4명으로 늘었지만 우리 주변에는 마케팅이나 기타 인프라는 거의 없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른 애플 직원들이 알 수 없도록 문 안에 별도의 문이 있었고, 레이더(Radar: 애플 회사 내부의 버그-추적 데이터베이스)에는 우리 부서명이 "세금부서(Tax Department)"라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 갖지 않았고, 실제로 세금부 복도와 같은 위치에 있어서 더욱 우리의 일을 숨길 수 있었다.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인물은 애플 전체에서 5명 내지 10명 정도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완료했을 때 iMove가 탑재된 iMac DV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다. TV광고에는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이 나와 아이무비를 선보였고, "개인 디지털 미디어"의 아이디어가 태어난 것으로서, 그것이 바로 스티브의 비전이었고, 그 때문에 아이맥 DV에 파이어와이어와 아이무비를 탑재했었다. 


내부적으로는 디지털 허브 전략이라 불렀는데, 개인용 디지털 미디어를 컴퓨터에 넣도록 한다는 의미였다. 영상에서 사진, 음악까지 전부 다 포함됐다. 참고로 아이튠즈는 2000년 Casady and Greene에서 인수한 SoundJam을 기반으로 다시 디자인한 것이다.


그로부터 5년간 우리는 몇 가지 버전의 아이무비와 아이포토를 만들었고, 두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작했었다. 애플에 있던 마지막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 번, 3~4시간씩 정기 회의를 애플 이사진 회의실에서 가졌었다. 


내부적으로는 "iApps"라 불렀던, 아이무비와 아이포토, 아이튠즈, 아이디비디를 검토하는 회의였고, 잡스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앱의 자세한 사항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였다. 오에스텐과 Pro 앱, 하드웨어 등 모든 프로젝트 또한 그런 식으로 잡스가 지휘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다시 그 시절을 돌이켜 보도록 하겠다.


스티브 잡스는 모두가 알다시피 열정적이었다. 그런데 돌이켜 내가 생각해 보기에 그가 열정적이었던 것은 꽤 단순했다. 바로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라는 것이다. 나도 그랬고 우리는 공통점을 가진 셈이었다. 한계와 목표를 알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바로 제품 만들기이다. 


가능한 부분까지 하고, 좋은 기술을 사용하며, 때가 되면 고삐를 쥐고 다듬은 다음 출하해야 한다. 요령에 가깝기는 한데, 아마 집 짓기와 비슷한 것으로 어떻게 할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못 짓는데 스티브는 그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제품 엔지니어링을 알고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가 하고 싶어 한 것 전부가 바로 제품 만들기였다. 잡스가 한 번은 CEO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 일부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잡스의 생각으로는 제품 디자인의 핵심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유일한 지위가 CEO라는 이유였다. 


그는 만드는 과정에 CEO가 아니라 팀원으로서 전부 참여하고 싶어 했다. 기본적으로 그는 자기가 만들고 있는 모든 제품의 제품 관리자였다. 비록 실제로 제품 관리자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지만, 그들은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 안에는 못 들어왔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 나오는 생각과 기준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신은 못 하지만, 잡스와 제품 디자인을  같이 할 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방식이 있었다. 필자 나름대로는 "가마솥(cauldron)"이라 이름 붙였는데, 방 안에 3~4명, 혹은 10명이 있더라도 아이포토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각종 제안, 평가 등등 온갖 의견이 나온다. 


그러면 "그 모든 것을 일명 가마솥에 넣고" 섞어 버린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누구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걱정할 필요 없니 훌륭한 소스가 된다는 의미다. 대단히 중요하다. 


돌이켜 보면 CEO와 아이디어를 분리시키는 일이 바로 이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결국 받아들인다. 아이디어가 나쁘면 가마솥 밑으로 가라앉을 따름이다. 누구의 아이디어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기억 못 한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나와 같이 일했던 스티브는 제품 디자인을 사랑했고, 소비자용 제품을 좋아했다. 아이무비와 아이포토는 아마도 애플이나 넥스트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개발한 제일 거대한 소비자용 앱이었다. 대단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스티브가 어떻게 일을 했는지, 무엇이 그에게 동기를 부여했는지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필자가 더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말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지금까지 적은 것은 마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힘든 과정이었고,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반복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서 출시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제품 디자인은 여전히 내가 사랑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이다. 필자가 스티브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또한 제품 디자인이다. 그는 제품 디자인과 제작을 정말 사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과정은 힘들었고 그 어느 것 하나 마술 이란 것은 없었다. 스티브가 단순히 CEO로 머물렀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 것이다. 스티브의 마술 조리법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스스로가 뼈 속 깊이 제품 디자이너였으며, 제품을 디자인할 최고의 방법이란 CEO가 되는 것임을 알 정도로 똑똑했다는 정도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강력하고 강렬했다.


글 : Glenn Reid
번역 : 위민복
구성 : 케이머그

애플에 대한 모든 것. 케이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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