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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머그 Mar 07. 2017

헤드폰 잭을 없앨 용기

Courage

아래의 글은 해외에 등록된 기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Courage

2010년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 카라 스위셔(Kara Swisher)와 함께 스티브 잡스는 iOS에서 애플이 어도비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설명했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무엇이 제품을 훌륭하게 만들어주지 않는지에 대한 우리만의 신념도 갖고 있죠. 이건 제외할 거야, 라고요. 물론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한테 욕하겠죠. […]

하지만 우리는 그 열기를 받아들이고 대신 우리의 에너지를, 소비자를 위한 올바른 기술이 될 것이고 지배적인 지위가 될 기술로 여기는 것에 집중할 겁니다. 아세요? 우리의 선택은 그들이 대가를 지불합니다. […] 우리가 성공하면 사줄 테고요. 우리가 성공 못 하면, 안 사주겠죠. 저절로 그렇게 해결됩니다.

위의 기사를 말하면서 벤 러브조이(Ben Lovejoy)는 위 발언의 단어 하나하나가 아이폰으로부터 헤드폰 잭을 없앤 결정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의 발언을 한 다음에 잡스가 또 열정적이 되기 때문에 이 영상은 볼 가치가 있다.


이번 주 애플이 어째서 포트를 없앴는가에 대한 필 실러의 “용기” 발언을 불쾌하게 여긴 친구들과 대화했었다. 트위터에는 이미 필 실러의 발언이 조롱의 주제가 됐다. 85분부터 보면 실러가 말한 부분을 들어 볼 수 있다.

우리가 어째서 아날로그 헤드폰 잭을 아이폰으로부터 없앴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겠죠. […] 전진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가지 이유를 말씀 드릴 텐데, 정말로는 결국 용기라는 단어 하나로 귀결됩니다. 전진할 용기, 새로운 뭔가를 할 용기, 그리고 우리 모두를 더 낫게 할 용기예요. 우리 팀 모두 다 엄청난 용기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난 앞서 말한 친구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잡스가 더 잘 말했으리라고 주장할 수는 있고, 나도 그러면 더 잘 말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잡스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고, 더군다나 소리 높여 반대를 외쳤으리라는 점을 그들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잡스는 세계 최고의 커뮤니케이터 중 하나였으니 이 말은 실러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하지만 잡스와 실러가 얘기한 “용기”의 맥락은 같다.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해야 바르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논쟁적이지 않을 만한 선택이 있을 때, 확실히 논쟁을 일으킬 만한 결정을 할 용기라는 의미다.


논쟁적인 결정을 생각할 때 우리는 양측 모두 논쟁을 일으킨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A를 고르면 B 진영이 화낼 것이다. B를 택하면 A 진영이 성날 것이다. 그렇지만 균형을 “뒤흔드는” 논쟁이 있을 때는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만이 분노한다. 


그대로 놔두면 논쟁도 없다. 잠재적인 변화로 분노하지 않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양면적(ambivalent)”이지, 열렬한 찬성도 아니다. 한쪽에서 변화에 대한 강한 저항감,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의 주저함(ambivalence)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치에서든 기술에서든 균형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너무나 느리다.


애플이 맞이했던 선택이었다. 플래시 지원으로 모든 비판가들의 입을 다물게 하느냐, 아니면 플래시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비판을 받아들이되 모두들 잊을 때까지 몇 년 기다리느냐였다. 플래시 지지자들은 애플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면 결코 받지 못했을, 더 나은 경험을 누리고 있다.


아날로그 헤드폰 잭에 대해서는 플래시 때만큼이나 강렬한 느낌은 받지 못한다. 플래시 논쟁과 가깝지도 않다. 플래시는 쓰레기 기술이다. 지금까지도 플래시는 쓰레기일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플래시 지원 중단으로 업계는 HTML5로 향했으며, 애플은 끔찍한(그러나 매우 대중성 있는) 기술을 생략시키고 전 업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아날로그 헤드폰 잭은 플래시만큼 나쁜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기술도 아니며, “대중적”일 따름이다. 심지어 플래시 플레이어보다도 대중적이다. 에어포드가 광고만큼이나 부드럽게 돌아간다면 무선은 옳다. 플래시/HTML5는 선악의 문제였지만, 아날로그 잭/에어포드는 지루함 대 선의 문제이다.


말인즉슨 적용되는 원칙은 같다. 애플은 스스로 논쟁이 되고 오히려 분노를 일으킬 터이지만, 모두가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경험을 받는(얼리 어답터들은 에어포드를 사용하자마자 더 나은 경험을 깨달을 것이다) 방향으로 이끌 뭔가를 선택했다. 애플은 그냥 무선 헤드폰 채택 속도를 더 느리게 하면서 아무런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빌어먹을 헤드폰 잭을 계속 유지시킬 수도 있었다.


물론 애플이 iOS용 플래시 지원을 지속했다 하더라도 플래시 지원을 중단하고 HTML5로 향한 웹사이트도 생각할 법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그저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HTML5가 더 나은 경험을 준다고 하여 플래시 시스템을 대체하려면 비용을 들여야 한다. 


플래시가 현재 멀쩡히 돌아가는데도 말이다.” 정도의 주장으로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 “iOS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플래시를 돌릴 수 없으니, 거대하고 이윤이 남는 고객을 놓치면 안 되니까 플래시를 HTML5로 대체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상황이어야 변화를 일으킨다.

어떠한 시각으로 보더라도 iOS용 플래시 지원 중단은 강력한 전진이었다. 헤드폰 잭 제거와 라이트닝 이어폰, 그리고 호환을 위한 어댑터 제공은 조그마한 완충제일 뿐이지만, 이 완충제는 무선 헤드폰의 채택을 크게 늘릴 것이다. 


애플이 만약 똑같은 에어포드와 W1 Beats 헤드폰을 선보이면서 아이폰 7에 아날로그 오디오 포트도 그냥 놔둔 채로 아이폰을 발표했다면, 무선 헤드폰의 채택률은 그만큼 느렸으리라고 본다. 


아니, “훨씬” 느렸으리라 생각한다. 더 많은 이들이 아이폰에 이어폰 하나 꽂으려고 얽히고설킨 이어폰 선 때문에 늘상 더 안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배터리 수명도 약간 더 안 좋아졌을 듯하다. 


아마 헤드폰 잭 때문에 아이폰 7이 광-이미지 안정화 기능을 못 가졌을 수도 있겠다면, 상황이 이러했다면 아무도 아이폰 잭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올바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기업은 애플 외에 거의 없다. 안드로이드에서 자기들이 지원하는 플래시가 얼마나 끔찍한 기술인지 구글은 분명 잘 알고 있었지만, 구글은 플래시를 원하는 무지한 일반인들의 수요를 가라앉히지 않았고, 오히려 iOS에 대한 경쟁 우위로 여겼던 듯하다. 


애플의 플래시 지원 중단으로 분노한 시장 분야 곳곳에 안드로이드의 플래시 지원을 홍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이지 않지만 올바른 결정 vs. 대중적이지만 틀린 결정의 선택이 플래시였다.


우리들 인간은 한 종족으로서 단기에 집중하며, 비판을 피하고 일반적인 결정에 얽매여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기가 없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올바르다 믿는 결정을 내릴 때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타는 빌딩으로 뛰어 들어가는 성질의 용기가 아니라, 신념에 따른 용기 그 자체이다.


http://daringfireball.net/2016/09/courage

번역 : 위민복

구성 : 케이머그

애플에 대한 모든 것. 케이머그

https://brunch.co.kr/@km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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