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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Nov 17. 2022

책 리뷰-<<우리, 편하게 말해요>>

말 잘하는 방법

-책 제목: 우리, 편하게 말해요

-글쓴이:이금희

-발행일: 22.10.21

-출판사:웅진 지식하우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계속 책을 빌려보다 보니 종이책에 익숙해져 한동안 e-book을 멀리했다.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묘미에 빠질 때쯤 오랜만에 e-book이 보고 싶어졌다. 내가 이용하는 '밀리의 서재'에 들어가 책을 훑어보았다.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띄었다. 바로 최근에 출간된 이금희 아나운서가 쓴 <<우리 편하게 말해요>>다. 비록 e-book은 종이 질감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최신 책을 도서관에 가지 않고 쉽게 빌려볼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최신 책은 도서관에서 대기시간도 길다)


내가 좋아하는 이금희 아나운서는 상대방을 편하게 대하며 말하기의 일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웃는 모습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편안해진다. 이게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책 제목도 그녀와 딱 어울리는 <<우리, 편하게 말해요>>. 아나운서로서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녀가 생각하는 '말하기에 대한 철학', '말하기에 대한 노하우'를 옆에서 소곤소곤 편안하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읽으면 3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책이 주는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금희의 말 잘하는 법! 27분 30초 동안 말하기 말고 이것만 하세요' 란 유튜브 영상의 제목을 본 적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것'은 대체 무엇일까? 나름 생각하면서 영상을 클릭했다. '이것'은 어떤 특별한 비법도, 말 잘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특정 기술도 아니었다. 의외로 이것은 바로 '듣기'였다. 듣기 하나만 잘해도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그럴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그녀의 '잘 듣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잘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가족이나 친구도 늘 그러기는 어렵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관계의 시작이자 끝일 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잘 듣지 않고 말을 잘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제대로 듣는 것은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 앞서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들어주세요. 시간을 내고,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들어만 주세요. 놀랍도록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일주일에 걸친 티타임이 끝나고 그다음 주 수업 시간에 강의실로 들어서면 신뢰의 눈빛으로 가득 찬 학생들의 미소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듣기의 힘은 그런 겁니다.

이 구절을 읽고 나는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었나 반성하게 되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유창하게 내 말을 잘한다는 것이 아닌, 내 입을 계속 여는 것이 아닌 잘 들어주는 거에서 시작된다는 묵직한 메시지가 내  마음에 콕 내리 박혔다.


말하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청자입니다. 화자가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중요하죠. 말하기란 '내(화자)가 상대(청자, 청중)에게 무엇(메시지)을 전달하여 이해시키는 것'이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청자, 청중)의 이해입니다. 

이 구절을 읽고 혹시 '나의 말 하기 태도는 화자에 따라 다른가'를 생각해 보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그동안 나는 8살짜리 아이와 42살짜리 어른에게 같은 말투와 태도로 대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내가 한 대화법은 화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오직 나(화자)에 맞춘 방법이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냈다. 정말 미안했다. 아이와 나와는 분명한 34년이란 간격이 존재하는데 왜 난 그 간격을 보지 못했을까.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고 연설을 잘하는 사람을 항상 부러워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앞두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한 나는 아직 발표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그 발표를 위해 몇 번을 연습했지?' 생각해 보니 그다지 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냥 대본을 똑같이 읽으려고 했고 항상 '대본이랑 틀리게 말하면 어쩌지?'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니 '틀리면 안 돼. 원고와 똑같이 말해야 돼.'란 생각이 나를 옥죄어 더욱 긴장이 됐다. 발표에 대한 준비 자세부터가 틀린 셈이다.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이나 발표를 하게 되었을 때  100퍼센트 원고를 완성해놓지 말라. 90퍼센트가량 완성하고 10퍼센트는 남겨두고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고쳐보고 한 번이라도 더, 마지막까지 수정하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이라이트가 될 마지막 10퍼센트가 불현듯 떠오를 겁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순간부터 기싸움입니다. 사람들의 기에 눌려서는 안 됩니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면 제일 좋지요.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절대로 풀이 죽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감 있게 시작해야겠지요. 자신감은 어떻게 생길까요? 그렇습니다. 충분히 준비하고 연습하면 키울 수 있습니다. 
(중략)
100번에서 200번을 연습한다더군요.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면 어찌 될까요. 대사를 잊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할 겨를도 없이 조건반사처럼 내 입에서 대사가 술술 나옵니다. 뇌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세포에 새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봤던 건 남들을 웃게 하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남들을 웃게 하려고 수백 번씩 준비한 노력이었던 셈입니다. 노력만이 기싸움에서 승기를 잡게 합니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말하기가 두려웠던 이유는 말하기에 대한 기본 철학이나 준비성 부족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100번 연습해 보고 그래도 바로 말이 안 나오면 200번 연습하면 된다. 연습, 연습 또 연습밖에 없었다. 말하기가 두려운 이유를 알고 나니 말하기가 좀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책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편안하게 말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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