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스마트폰 사용법
차단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
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May 14. 2021
“엄마 나도 핸드폰 갖고 싶어.”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7살 아들이 말했다.
“네가 지금 핸드폰이 왜 필요해?”
“친구 00 이도 갖고 있어. 그걸로 아빠한테 전화도 한단 말이야.”
“네 나이 때는 필요하지 않아. 나중에 정말 필요한 나이가 되면 사줄게”
7살인 아들은 요즘 부쩍 핸드폰에 관심이 많다. 집에 돌아다니는 공기계 폰을 애지중지 가지고 다니며 어른처럼 전화받는 흉내를 낸다. 엄마 핸드폰으로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고 앨범 속 사진을 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자유자재로 편집한다. 가입해 놓은 음악 어플에 들어가 좋아하는 노래를 검색하고 만들어 놓은 폴더에 담아 노래를 듣는다. 아이들에게 핸드폰이란 단지 전화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놀거리가 많은 걸 아는 거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핸드폰을 다룰 줄 아는 모습에 뿌듯함보다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유치원생이 이 정도면 요즘 초등학생은 어떨까. 마지막 교시 종소리가 울리면 학교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핸드폰을 사용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찾아 나선다. 바로 WIFE 존이다. 아이들은 WIFE가 잘 터지는 장소를 용케 찾아내고 자칭 명당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신나게 핸드폰을 두드린다. 백발백중 게임이다. 수업 중에 게임을 못했던 분풀이라도 하듯 소리는 최대한 높이고 신나게 손가락을 두드린다. 난 그들 옆을 슬쩍 지나갔을 뿐인데도 게임 속 자극적인 소리가 내 귓속을 강타한다.
그들을 보면서 느꼈다. 아이들은 이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고. 그들뿐 아니라 대부분 대한민국 아이들의 사정이 비슷할 거다. 알다시피 자극적인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해지면 순한 맛을 풍기는 책은 재미없어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지 않는다. 왜? 핸드폰에 검색하면 다 찾아서 알려주니까. 화면으로 더 생생하게 보여주니깐 생각할 틈이 없는 거다. 탐구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기도 전에 이미 그들은 바로 정답을 알려주는 통로를 알고 있는 셈이다. 쉬운 통로를 아는 데 왜 힘들게 생각하고 상상하겠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생각'은 없고 단지 IT 기기를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는지 기능적인 부분만을 훈련시킨다. 어렸을 때부터 핸드폰 사용에 익숙하면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핸드폰을 만드는 창의적인 사람이 될까? 그것만은 확실하다.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으면 지금의 핸드폰도 결코 있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애플사의 창업자 스티븐 잡스의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애플의 휴대용 컴퓨터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반응이 좋자 기자가 잡스에게 물었다.
“자녀들이 아이패드를 무척 좋아하겠어요.”
“아니요. 아직 써보지 못한 걸요. 집에서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니깐요.”
라고 대답했다.
사후에 스티븐 잡스의 전기를 쓴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당시 스티븐 잡스의 집안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매일 저녁 식사 시간에 잡스는 부엌의 긴 테이블에 자녀들과 둘러앉아 책과 역사, 그리고 다양한 문제들을 토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잡스의 자녀들은 IT기기에 전혀 중독되지 않았다.”
잡스뿐 아니라 빌 게이츠도 자녀에게 14년 동안 IT 기기를 금지시켰다. 다른 실리콘 밸리 IT 기업 전문가들도 비슷하다. 실리콘밸리에는 페닌슐라 발도르프라는 사립학교가 있다.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 IT 기업에 다니는 부모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다. IT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킬까? 이 학교에는 절대 규칙이 있는데 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의 디지털 기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들은 본인이 가진 능력을 통해 기계가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활용하여 미래를 바꿀 준비를 한다. 또한 기기가 아닌 또래 친구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공감능력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물론 우리가 실리콘벨리와 같이 최상위층이 교육하는 방법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녀를 키울 수는 없다. 우선 한국은 영어권 국가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교육의 많은 부분을 영어교육에 할애한다. 영어권 국가 아이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IT기기를 통해 보며 언어뿐 아니라 그들의 문화도 배울 수 있다. 또한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만연해지면서 컴퓨터, 태블릿 PC, 핸드폰 등의 사용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IT 기기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온 가족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가질 수 있다.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요즘 고민은 없는지, 관심 주제는 무엇인지 등 이야깃거리는 다양하다. 부모가 가진 인생철학을 공유하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핸드폰의 자극보다 더한 생생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을 IT기기의 노예로 자라게 할 것인가 진정한 주인이 되게 할 것인지는 부모의 역할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아이가 원해서, 남들도 가지고 있으니까, 없으면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것 같아서란 이유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진 않는가? 실리콘 밸리 부모들이 가진 IT기기에 대한 철학을 생각하며 온 가족이 함께 실천하는 핸드폰 사용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는 능력보다 스스로 차단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