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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쿤 나나 Aug 26. 2024

이가 나간 그릇을 보는 다른 관점

태국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면서 한국생각하기

남편의 발령으로 태국에서 살게 된 지 2년 차.

사춘기 초기인 딸과 함께 우리는 2년째 태국생활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남편은 휴일에도 늘 바쁘지만 며칠 후면 내 생일이라고 모처럼 가족나들이 계획을 했다.

아침에 성당에도 가고 점심 먹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좋은 공연도 보기로 약속을 했다.


머피의 법칙일까?

남편과 약속을 하면 꼭 일이 생긴다

회사의 급한 연락을 받은 남편은 짜증이 나는 걸 꾹꾹 참아내며 출근 준비를 한다.

일요일인데도 급하게 아침을 먹고 회사에 간 남편이 안쓰럽기만 하다.

계획대로 안되었다고 누굴 탓하겠는가

그저 직장인의 비애인 것을...


점심을 훌쩍 넘겨 남편이 돌아오고 한바탕 세찬 소나기가 1시간 정도 왔다.

요즘은 한국도 동남아 날씨라던데 이런 세차고 굵은 비가 내릴 때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비가 그치고 도보로 걷기 좋은 관광지 산책을 가볍게 했다.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1월 관광성수기 때보단 분위기가 덜 사는 느낌이었다


그냥 저녁 먹으러 가자하고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중국집으로 향했다

태국에는 진짜 중국식당이 있고, 한국에서의 중국집인 중화요릿집도 있다

우리가 간 곳은 한국식 중국집이다.

여기는 한국분이 운영은 하지만 직원은 모두 태국인이다. 

음식은 잘하는 편이고,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태국에선 조금 비싼 가격이다.

언제나 중국집 최애음식은 짜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짬뽕이다.

나랑 딸은 짜장면을 남편은 짬뽕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짜장면이 첫번째로 나왔다

오랜만에 먹는거라 냄새부터 맛있었다.

그런데 짜장면 그릇을 받는 순간 그릇 한쪽이 이가 나간 것이 보였다.

이게 한국사람인 내 눈에만 이렇게 잘 보이는 거라는 걸 알게 된 지는 태국 온 지 몇 달 후부터 알게 되었다.

이렇게 이가 나간 그릇, 컵을 태국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쓰고 손님에게 내어준다.

한국에서는 여럿이 함께 식당에 가서 이런 그릇이나 컵을 받으면 직원을 불러 교체해 달라거나 거슬려했었다.

특히 그런 것에 민감한 친구가 하나 있었기에 이렇게 이 나간 그릇이 나에게도 눈에 띄는 물건이 된 것 같다.


그럼 태국에서는 왜 이런 하자 있는 그릇을 쓰고 손님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을까?

태국인들은 이가 나간 그릇은 주인이 오래 사용했고 정이 깃든 그릇이라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그래서 거슬려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이 나간 그릇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화이다.

우리 엄마만 해도 공기나 대접에 이가 나가면 복 나간다고 버리라고 하셨었다.

생각해 보면 컵의 물이나 대접에 국물을 입을 대고 마시려다가 이가 나간 그릇일 경우 입을 다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는 조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서 일 것 같다.

침략을 당한 역사가 있었고 전쟁도 겪은 나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심리가 대대로 이어오지 않았을까?

또한 사계절이 있어 항상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하는 계획성까지 그 '조심'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반면 태국이라는 나라는 침략을 받은 역사가 없다.

풍부한 관광자원과 한결같은 기후로 벼농사는 이모작을 하고 쌀과 과일, 채소가 풍부한 나라이다.

그래서일까? 쫓기듯 바쁜 한국인들과 달리 대체로 태국인들은 아주 여유롭다.

이 나간 그릇을 조심해야 하거나 계획 있게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살아남는 문화가 아닌것은 분명하다.


이 나간 짜장면 그릇 하나에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져간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태국에서 먹는 짜장면은 맛있기만 하다.

태국인 손님도 많은 한국식 짜장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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