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5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무심한 태도로 살아가고자 하지만,
잡념을 없애려 할수록 오히려 잡념이 생긴다.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나 이쪽으로 뒤척, 저쪽으로 뒤척, 전전반측.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 일은 왜 그랬을까?
내일은 어떻게 하지?
이미 지나간 일과, 아직 오지 않은 일이
차례로 문을 두드리며 내 마음을 흔듭니다.
그 생각을 없애려 하지만
없애려는 그 마음마저 새로운 생각이 되어
또 다른 잡념을 낳습니다.
마치 실타래가 풀리기는커녕 더 엉켜버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채근담은 말합니다.
그저 지나간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하지 말며,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정리하라.
생각은 대부분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에서 옵니다.
지금 나는 그저 잠을 자야 하는데,
그 생각들이 내 마음을 흔들고, 몸을 뒤척이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리하려고 또 생각을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복잡함은 배가됩니다.
정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또 하나의 생각이 되어 머릿속을 떠다니게 되죠.
그럴 때는 떠오르는 생각을 없애려 하지 말고 바라봅니다.
마치 강가에 앉아 물 위로 떠내려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듯.
내려놓으라는 것은 억지로 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 네가 왔구나.
인정하고 그렇게 바라봐 주면 생각은 저절로 힘을 잃고 사라집니다.
채근담은 또 말합니다.
이 같은 태도로 살면 저절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다.
무념무상이라 해서
아예 생각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더라도 그 생각에 끌려가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나간 일에 발목 잡히지 않고,
오지 않은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
우리의 일상에서 이 단순한 태도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이 많고, 관계가 복잡하고, 세상은 끊임없이 자극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잠시 멈추어 서서,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생각이 몰려오면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인정하고 보내주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무심히 살아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