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공성(無我空性)
내 것에 집착하는 마음
“무아공성(無我空性)이 무공과 같은 뜻인가요?”
나는 '무공(無空)'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워크숍에서 처음 지었고, 이후 이름 대신 쓰는 호가되었으며 블로그 닉네임으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나는 내면에 가득 찬 욕망을 비우고자 '무공'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내 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비울 때 들어오는 것들
무아공성(無我空性)이란 '나'라는 실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불교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자의식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 잔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없습니다. 그릇을 비워야만 새로운 물을 받을 수 있듯,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생각, 내 편견, 내 과거의 성공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면 새로운 배움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는 『도덕경』에서 말하는 무위(無爲)와도 통하는 개념입니다.
인위(人爲)가 작용하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마음 안에 자의식이 가득하면 무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의식에 의해 마음이 변형되고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비워야 비로소 무위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흐르는 나로
자의식이 만든 마음은 인위적으로 고정된 구조물과 같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이렇게밖에 못 해." 이런 말들이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무아공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십 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르듯, 지금의 나도 ‘나’가 아닙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고정된 자아 이미지에서 벗어나 '흐르는 나'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제의 실패가 오늘의 나를 정의하지 않으며, 지금의 한계가 미래의 나를 가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유동적인 자아를 통해 어떤 상황도 극복하고 어떤 변화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로 살아가다
무아공성을 깊이 이해하면, 내가 고독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숨을 쉴 때마다 공기와 함께하고, 음식을 먹을 때 수많은 생명의 기운과 함께합니다.
살아가는 매 순간, 우리는 무수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내가 베푼 미소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됩니다.
무아공성이 가져다주는 마지막 선물은 바로 이것입니다. 진정한 공감과 배려, 그리고 우주적 차원의 책임감.
내가 사라지는 순간, 역설적으로 나는 모든 것이 됩니다.
나의 작은 변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내 노력이 세상의 일부가 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신만의 삶을 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