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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기사회생(起死回生)

by 무공 김낙범

바닥에서 발견하는 가능성

판타지 영화를 보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장면을 흔히 봅니다. 신비한 영력이 작용하여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면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납니다.

기사회생(起死回生), 죽어가는 것을 다시 살려낸다는 이 고사 성어는 위기를 모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절망의 순간에 발견하는 인간의 놀라운 회복력입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성장은 가장 깊은 좌절 이후에 찾아옵니다. 바닥에 닿아 본 사람은 사업의 실패, 관계의 파탄, 건강의 위기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해본 사람들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바닥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잃을 것이 없을 때 비로소 진정한 용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해고당한 후 "인생 최고의 일"이었다고 회고한 것처럼, 때로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패는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쳐 줍니다. 고통은 우리를 더 깊은 인간으로 만들어 줍니다. 절망은 우리가 의지할 진정한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합니다.

기사회생의 순간은 죽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자아로 거듭나는 변화의 과정입니다.


회복탄력성

기사회생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이것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는 실천적 지혜입니다.

작은 성과를 축적하고,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일. 그것을 해내는 힘으로 내일 또 다른 한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서서히 생명력을 되찾아가며 회복탄력성을 발휘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오만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는 우리가 다시 일어서는 데 필요한 든든한 발판이 됩니다.


죽음에서 배우는 삶

기사회생의 진정한 의미는 죽음과 같은 경험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삶을 배우는 것입니다. 과거의 나는 죽었지만, 새로운 나는 그 죽음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더 풍성하게 살아납니다.

지금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이 순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씨앗이 땅속에서 겨울을 견디듯, 내면에서는 지금 새로운 생명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기사회생은 기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필연적인 보상입니다.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로 선택한 모든 이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역작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바닥에 닿아 본 사람은 회복탄력성의 기운으로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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