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寤寐不忘)
어제 내린 눈이 공원을 하얗게 덮었다. 밝은 햇살이 눈 위에 부서지며 눈부신 빛을 쏟아낸다. 양지바른 벤치에 앉은 노인들이 하늘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말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빛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기억하며 산다. 사랑했던 사람들, 꼭 이루고 싶었던 꿈들. 그 기억들은 가슴 어딘가에 아련한 통증으로 남아, 세월이 흘러도 나이테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오매불망(寤寐不忘). 자나 깨나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밤낮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송나라 유학자 주희가 지은 『시경 집전』에서 유래했다. 주희는 『시경』 국풍 편에 실린 '관저(關雎)'라는 시를 해석하며 처음 이 표현을 썼다.
"쌍쌍이 우는 물수리, 강 가운데 모래섬에서 아리따운 숙녀여, 군자의 좋은 배필이로다."
군자가 한 여인을 만나 자나 깨나 그리워하는 마음. 밤을 지새우며 전전반측(輾轉反側)하는 그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주희는 그 간절함을 오매불망이라 불렀다.
유학자들은 이 마음을 학문에도 요구했다. 깨어 있을 때의 열정이 잠드는 순간까지도 이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진정한 깨달음은 그렇게 자나 깨나 학문을 놓지 않는 선비의 자세에서 온다고 여겼다.
나는 본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웠고, 밤늦게까지 책을 읽으며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배움을 향한 열정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이 시작되면서 공부는 자꾸 뒷전으로 밀렸다. 바쁜 일정이 핑계가 되었고, 어느새 열정은 식어갔다. 그렇게 한동안 흐릿한 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펼친 책에서 자나 깨나 학문을 놓지 않았던 선비의 이야기를 만났다. 오매불망의 공부법이었다.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곧 하루의 루틴을 점검하고, 공부하는 리듬을 새롭게 다듬기 시작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작은 실천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처럼 소박한 일상의 반복에서 자란다는 것을 그 과정을 통해 배웠다.
나에게 오매불망은 이 세 가지의 작은 습관이다.
첫째, 매일 아침 가치관과 목표를 되새긴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내가 무엇을 위해 이 하루를 사는지를 잠깐 떠올린다. 깨어 있을 때의 마음을 다지는 가장 소박한 방법이다.
둘째, 잠들기 전 하루를 되돌아본다. 오늘 내가 한 말과 행동이 내 가치관에 부합했는지를 조용히 살핀다. 반성은 비난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힘이 된다.
셋째, 작은 습관을 꾸준히 반복한다. 루틴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매일 조금씩 반복되는 작은 실천들이 쌓여, 결국 나만의 길을 만들어낸다.
오매불망은 먼 옛날 군자가 연인을 그리워하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 간절함의 본질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무언가를 자나 깨나 생각하고, 잊지 않고, 끝내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눈 덮인 공원의 노인들이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눈빛 속에 담긴 그리움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눈빛만큼은, 자나 깨나 잊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