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청산유수(靑山流水)

by 무공 김낙범

북한산 자락을 오르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봅니다.

바위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물은 맑은 소리를 내며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옵니다.

산과 물이 하나인 듯싶었다가, 산은 산대로 제 정취를 뽐내고, 물은 물대로 제 흐름을 자랑합니다.

그 순간 청산유수(靑山流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며, 성철 스님의 말씀과 겹쳐졌습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산은 변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풍화작용으로 서서히 깎이고 다듬어집니다.

물은 늘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때로는 고요히 멈춰 하늘을 비춥니다.

산은 말이 없지만 늘 그 자리에 있고, 물은 말이 많지만 결국 바다로 갑니다.

산의 고요함 안에는 긴 시간의 변화가 쌓여 있고, 물의 흐름 안에는 깊은 정적이 담겨 있습니다.

자연은 이처럼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이들을 하나의 풍경 안에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가요?

산처럼 단단하기를 강요받으면서도, 동시에 물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살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아야 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해야 하는 이 이중의 압박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어느 쪽도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지쳐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변화가 빠를수록 중심을 잡는 일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 중심을 찾는 가준을 청산유수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산만 닮으려 하면 고집이 되고, 물만 닮으려 하면 흔들림이 됩니다.

청산유수는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이 아니라, 함께 품으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하루 산처럼 단단했는지, 물처럼 유연하게 흘렀는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결이 달라집니다.

자연은 오늘도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