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群鷄一鶴)
공원을 산책하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키가 훤칠하고 얼굴에 묘한 기품이 서린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특별히 화려한 옷을 입은 것도, 큰 소리로 존재를 드러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군계일학처럼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은 닭의 무리 속에 있는 한 마리 학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중국 남북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문인이 뛰어난 문장가를 가리켜 "군계일학과 같다"라고 표현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군계일학은 질적으로 다른 결을 가진 존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학창 시절, 그런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가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은 학자를 닮았고, 생각에 잠긴 표정은 또래답지 않은 깊이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남보다 앞서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오히려 남과 달라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를 군계일학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남과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누가 더 빠른지,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누가 더 인정받는지.
그 기준 안에 머무는 순간, 우리는 더 빠른 닭, 더 큰 닭이 될 수는 있어도, 학이 되지는 못합니다.
조용히 자신의 속도로 걷는 사람만이 군계일학의 모습으로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군계일학은 타고난 운명이 아닙니다.
못난 오리 새끼가 되어도 굳건히 자신을 지키며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빛나는 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날 공원에서 마주친 그 남성이 제 걸음을 멈추게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는 아마도 오랫동안,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