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쩔 수 없었어

자가당착(自家撞着)

by 무공 김낙범

우리는 종종 자신이 세운 기준과 실제 행동이 서로 어긋나는 경험을 합니다.

남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가장 이기적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 한 말에 발목이 잡히고, 그 모순을 들켰을 때는 어색한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합니다.

자가당착은 바로 그런 인간적 모순을 가장 날카롭게 짚어내는 말입니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은 스스로 한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아 모순에 빠지는 상태를 뜻합니다.

글자 그대로 풀면, 자기 집(자가自家)에서 스스로 부딪힌다(당착撞着)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중국『한비자』의 난세 편에 등장하는 유명한 고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 상인이 "내 창은 무엇이든 뚫는다"라고 자랑하다가, 곧이어 "내 방패는 무엇이든 막는다" 하고 말해 스스로 모순에 빠진 이야기입니다.

자가당착은 이처럼 말과 행동, 주장과 현실이 서로 충돌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나도 살아오면서 자가당착의 순간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루틴은 결국 의지의 문제야." 한때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자기 관리의 핵심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루틴이 무너지는 날이면 "오늘은 어쩔 수 없었어"라며 변명을 찾기 바빴습니다.

입으로는 의지를 말하면서, 현실에서는 환경과 상황 탓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의지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과 자가당착을 일으키고 있었다는 것을.

자가당착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은 부끄러움입니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모순을 감지한다는 것은, 아직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자가당착은 피해야 할 오점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입니다.

그 거울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내면의 진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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