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이동풍(馬耳東風)

by 무공 김낙범

"소 귀에 경 읽기"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사람을 두고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풍자가 담긴 이 말처럼 듣지 않음에 대한 탄식은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주곤 합니다.

이를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고도 합니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은 봄바람이 말의 귀를 스쳐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당나라 시인 이백이 자신의 시를 알아주지 않는 세태를 한탄하며 지은 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를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말의 귀를 스치는 봄바람에 빗댄 것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바람조차 말의 귀를 스쳐 지나가듯, 아무리 진심을 담은 말도 듣고자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마이동풍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꼼꼼히 정리해서 보고서로 제출했습니다.

나름 확신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결국 그냥 묵살되었습니다.

서운함보다는 들으려는 마음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했습니다.

그때 이백의 탄식이 천 년의 시간을 넘어 비로소 이해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나에게 두 가지 교훈을 주었습니다.

하나는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옳은 말도, 닫힌 귀 앞에서는 봄바람처럼 그냥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 자신이 누군가의 말을 바람처럼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마이동풍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의 소통이 문제입니다.

상대의 말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의자를 바싹 당겨 상대를 바라보면서 들을 때 상대는 진심을 다해 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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