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무는바람 May 19. 2023

봄을 배웅함_봄봄

어머니 집 가는 길 삼거리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카페 봄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둘째는 늘 그렇듯이 타로버블티를, 나는 집에서 타 먹어도 될 법한 어른커피를 포장한다. 여느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들어가 앉아 여유를 부릴 수도 없고 좁은 매대 앞에 줄을 서서 그저 포장해 갈 뿐이지만 이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많다. 

노란 건물 외벽에 까만색 매장, 그리고 또다시 노란 카페 봄봄 간판의 조화가 단연 눈에 띈다. 바다 마실을 나가는 동네 주민도 한 잔, 올레꾼들도 들러서 한 잔, 우리처럼 왔다갔다 하는 김에 또 한 잔. 봄봄 매장 중 상위 매출을 찍는 곳일지도 모른다. 

카페 봄봄을 애정하는 이유는 같은 제목의 단편을 쓴 소설가 김유정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봄봄 제목 하나로 어른 커피를 먹다가 '봄봄'의 얄궂은 장인을 떠올리고, 점순이의 키는 왜 그렇게 크질 못해서 '나'의 애간장을 녹였을까, 장인 편을 드는 점순이를 보며 '나'는 혼례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혼자 꿍얼거려보기도 한다. 단 몇 분이지만 '봄봄'의 점순이가 사랑을 쟁취하는 '동백꽃'의 점순이와 오버랩된다. 한창 피어 흐드러진 노오란 동백꽃의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그 냄새하며 고만 땅이 꺼질 듯한 아찔함에 넋 놓아 버린 '나'의 마음까지. 

몇 해 전 김유정 문학촌에서 만난 그 노오란 동백꽃, 봄의 전령 생강나무꽃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던 그 알싸한 향기. 그때부터 나는 봄의 향기를 알싸함으로 느끼게 되었다. 김유정을 내 맘대로 봄의 작가로 여기게 된 것처럼. 

카페 봄봄의 노란 외벽과 간판이 노란 생강나무꽃처럼 보이니 그 앞을 지날때마다 알싸한 봄 향기를 느낀다. 봄은 점순이와 점순이의 의뭉스럽고도 유쾌한 사랑을 닮았다. 봄길은 걷고 있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 발랄하다. 그 발랄한 발걸음으로 김유정 문학촌의 실레이야기길을 걷고 싶구나. 길 이름들이 어찌나 이쁜지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이런 식이니 걷기에는 1도 관심 없는나마저도 걷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봄이 꼬리를 길게 끌고 다 지나가나보다. 당분간 카페 봄봄을 보며 봄의 퇴장이 아쉬운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이글을 읽은 이들도 카페 봄봄만 보면 김유정과 점순이와 노란 생강나무꽃과 그리고 아찔한 봄향기처럼 봉글봉글한 사랑이 내내 떠오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