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잇는여자들협동조합
2년 전 가을, 맑게 푸른 가을 하늘 같은 그녀들을 화북의 수눌당에서 처음 봤었다. 당시 협동조합 법인을 막 설립해서 생기 넘치는 활동을 시작하던 그녀들, 경력잇는여자들 협동조합(이하 경잇녀)! 길지 않은 시간 속에 경잇녀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까지 받으며 그 걸음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경잇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는 그녀들과의 봄빛 같은 만남에 함께 해 보자.
“누구보다 연대와 위로가 필요한 엄마들도 역시 엄마이지만 청년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리고 엄마 청년들도 그들의 청년기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라는 선택이 청년임을 포기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보다 엄마임을 포기하는 청년들은 훨씬 더 늘어날 겁니다.”
- 경력잇는여자들 협동조합 이사장 김영지 님
청년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로 규정되고 그 기준에 따라 다양한 청년 정책과 지원이 이루어진다. 경잇녀는 그 정책들과 지원들 속에서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소외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젊은이들의 출산이 중요함을 역설하면서 막상 출산을 한 엄마들에 대해서는 각자도생을 요구하는 사회 구조, 이것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출산율의 한 원인은 아닐까? 그래서 경잇녀는 외친다. 엄마도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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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3월에서 11월까지 이루어지는 장기프로젝트에요. 먼저 엄마라는 이름으로, 나를 잊고 살던 엄마 청년들에게 나를 찾아주는 자기돌봄으로 시작되지요. 각자의 섬에 방치되었던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그 후엔 스피치나 SNS 스킬 등의 역량강화 과정을 거쳐 자기돌봄, 세대(아이) 돌봄, 지역 돌봄 중에서 본인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서 심화 과정을 가지게 된답니다.”
행정안전부, 사회연대은행, 삼성생명이 공동 시행하는 지역 청년활동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경잇녀의 그간 활동했던 모든 노하우를 다 녹여내서 준비했다는 엄.청.나프로젝트! 최종적으로 자기 돌봄, 세대 돌봄, 지역 돌봄 전문가가 되어 제주 곳곳에 돌봄이 필요한 곳들로 파견되어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수행하는 것을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삼고 있다. 현재 청년센터 7층에서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엄마 청년들의 활기찬 마음들을 만날 수 있다.
“경잇녀는 늘 무리를 해요. 주어진 예산이나 시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하고 싶어 운영 면에서는 운영진들의 희생이 필요하죠.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공감인 것 같아요. 엄마 청년들보다 조금은 먼저 그 길을 걸어온 언니, 선배로서 엄마 청년들에게 깊게 공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 안에서 서로 치유와 힐링을 얻는다는 분들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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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모집에 100여 명이 넘는 지원자의 도전에서 엄마 청년들의 간절한 마음을 느낀다. 도전 자체가 기쁨이라는 엄마 청년들을 보면서 장기프로젝트가 힘들고 어려움으로 다가오기보단 진심과 열정을 새로 고침하게 된다는 경잇녀. 엄마라는 공감이 서로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부족하지만, 여전히 제주시에 와서 선배들에게 배웠던 ‘수눌음 정신’을 지향하며 활동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시 어디라도 좋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어느 곳이든 불러 주시면 저희 엄청난 청년 엄마들이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생명을 만들고 키워낸 엄마 청년들의 씩씩하고도 건강한 마음들이 꽃처럼 피어나는 특별한 봄이다. ‘제주맘들의 삶과 경력 기획사’, 그리고 ‘지역과 세대와 자연을 잇는 일과 경험을 지원’하는 경잇녀. 그녀들의 유쾌한 진심과 열정이 계절을 돌아 또 어떤 가을빛으로 물들지 기대되는, 그런 봄이다.
*이 매거진의 글은 제주시 홍보지 <열린제주시> '일과열정'과 제주시블로그에도 게재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