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한가운데 놓인 이름
어둠 속에서 나는 걷는다. 발걸음마다 돌이 부서지고, 그 소리가 벽에 부딪혀 메아리가 된다. 미로는 끝이 없고, 나는 계속 걸어야 한다.
*Tempus in labyrintho non fluit, sed habitat.* 미로 속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머물 뿐이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모호하고, 내가 언제부터 이 길을 걸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손에는 타들어가는 횃불, 다른 한 손에는 실 한 타래. 하지만 실은 이미 끊어진 지 오래다.
미노타우루스는 중앙에서 기다린다. 그의 눈은 붉고, 숨소리는 거칠다. 나는 그에게 무엇을 바쳐야 하는지 안다.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두려움과 그리움, 그리고 영원히 말하지 못할 그 이름.
복도 끝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온다. 그곳에는 항상 그녀가 있다. 아니, 그녀가 있었다. 빛과 어둠 사이, 기억과 현실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그녀를 부른다. 하지만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목이 마르다. 이 허상의 세계에서 진짜 갈증을 느끼고 있다. 잔에 남은 것은 쓴맛뿐이다. 그래도 마신다. 이것이 살아있다는 마지막 증거이니까.
손목 아래 맥박이 뛴다. 아직 살아있다. 아직 걸을 수 있다. 아직 돌아갈 수 있다. 아마도.
*Quod factum non est, fieri non potest.* 일어나지 않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있다. 그것들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아프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Verbum dimissum custodiat arcanum.* 잃어버린 말은 비밀을 간직한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진실을 품고 있다. 침묵 속에서 자라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말을 품고 있다—입술 끝에서 사라진 그 이름을, 목구멍 깊숙이 묻어둔 그 고백을.
***
*Nomen quod non dicitur, cor tangit.* 불리지 않는 이름이 마음을 건드린다.
나는 아직도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 이름은 sacer*하다, 너무 신성해서
입술이 떨리고 목이 멘다
미로 중앙에 놓인 제단 위에
어제의 후회가 담긴 물그릇이 있다
미노타우루스는 마시지 않는다
그는 목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기다릴 뿐이다
내가 부르면 너는 올까
아니 너는 이미 돌아와
입구 근처 어둠 속에 앉아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다른 이름으로
그리고 나는 다시 너를 미로에 두고 싶다
공물로 바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이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안다
미노타우루스는 모든 것을 삼킨다
이름도, 사랑도, 후회도
그리고 나는 텅 빈 손으로
다시 어둠 속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