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그녀와 처음 관계를 맺었던 밤
그녀는 아무 예고 없이 내 방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내가 먼저 초대한 것도 아니었고, 그녀가 먼저 묻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저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도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 뒤에는 무수한 관찰과 계산이 숨어 있었다.
북토크가 시작되기 전, 나는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녀는 서점 입구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손가락 움직임을 관찰했다. 엄지손가락이 화면 위를 미끄러지는 방식, 가끔 멈춰서 무언가를 자세히 읽는 듯한 동작. 그녀는 뉴스를 읽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 둘 수 있었다. 눈두덩이 약간 부어 있는 것으로 보아 피곤한 상태였고, 입술은 색조 없이 자연스러운 분홍색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지 않았다.
북토크 장소는 서점 2층의 작은 공간이었다. 의자 스무 개 정도가 놓여 있었고, 그녀는 뒤쪽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녀로부터 두 줄 앞의 자리를 선택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녀를 직접 보지 않고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작은 노트를 꺼내 뭔가를 적었다. 강연 내용을 메모하는 것 같았지만, 가끔 그녀의 손이 멈춰서 펜 끝으로 노트 모서리를 톡톡 치는 것을 보았다. 그건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강연보다는 그녀의 작은 습관들을 관찰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머리를 만졌다.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기는 동작을 했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목선이 드러났다. 그 목선은 우아했지만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그 동작을 할 때마다 미묘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북토크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설 때, 그녀도 가디건을 입고 가방을 챙겼다. 나는 그녀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녀는 가방 지퍼를 닫을 때 두 번 확인했다. 그리고 의자를 원래 자리에 정확히 밀어 넣었다. 꼼꼼한 성격이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나를 돌아봤다. 그 순간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는 어두운 갈색이었고, 그 안에는 어떤 질문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질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택시가 안 잡히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 톤에서 미묘한 기대감을 감지했다. 그녀는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게요. 금요일 밤이라..."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입가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거의 미소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미묘한 변화였다.
"근처에 사세요?"
그녀의 두 번째 질문이었다. 나는 그 질문이 단순한 정보 확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을 훑고 있었다. 마치 내 반응을 분석하는 것처럼.
"걸어서 10분 정도요."
내 답변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결정을 느꼈다. 그녀는 이미 내 집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의식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내 것보다 조금 빨랐다. 그래서 가끔 내가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그리고 신호등에서 멈출 때마다 그녀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읽지는 않았다. 단지 시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어깨가 내 어깨에 스쳤다. 그건 의도적이었다. 그녀는 나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다. 나는 그 접촉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걸었다.
내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건물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의 의미를 나는 알 수 없었다. 안도인지, 실망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반지하군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는 판단이 없었다. 단순한 관찰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 생활 수준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현관에서 그녀는 신발을 벗으면서 방 안을 둘러봤다. 그 시선이 내 생활공간을 훑고 지나갔다. 책장, 책상, 침대, 작은 부엌.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해 두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깔끔하네요."
그녀의 첫 번째 평가였다. 나는 그 말이 칭찬인지 실망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는 약간의 호기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소파에 올려놓고 주방 싱크대에 기댔다. 그 자세가 자연스러웠다. 마치 이 집에 여러 번 와본 것처럼. 그리고 그녀는 내 움직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받아 들면서 내 손을 잠시 봤다. 그리고 맥주 캔을 열지 않은 채로 그것을 천천히 굴렸다. 그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거기, 조명이 약간 어둡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덧붙였다.
"나쁘지 않아요."
그 말에서 나는 그녀의 기대를 읽었다. 그녀는 이 어둠을 원하고 있었다. 이 은밀한 분위기를.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그녀는 창문을, 나는 그녀를. 그녀는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이 움직이는 것을 나는 자세히 관찰했다. 맥주를 삼킬 때마다 그녀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는 맥주를 다 마신 후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입술이 얼마나 부드러울지 상상했다.
그녀가 먼저 다가왔다. 맥주 캔을 테이블에 놓고,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그 걸음 하나하나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발가락이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바닥에 닿는 모습, 그녀의 발목이 각 걸음마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모습.
그녀는 내 팔에 손을 얹었다. 그 손길은 가볍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반응을 지켜봤다. 내 표정, 내 호흡, 내 몸의 긴장. 그 모든 것을 읽으려고 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피부는 예상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눈을 감았고, 나는 그녀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숨결을 느꼈다. 따뜻하고 조금 빠른 숨결.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내 목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이미 서로의 셔츠를 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녀의 손가락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녀는 단추를 풀 때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각 단추를 풀 때마다 내 가슴을 슬쩍 보았다.
그녀의 브라는 베이지색이었다. 레이스 장식이 있었고, 그 레이스 사이로 그녀의 피부가 비쳤다. 나는 그녀가 그 브라를 언제 샀는지, 누구를 위해 입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내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내 심장박동을 느꼈다. 그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도.
우리는 침대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내 방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훑어봤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른 건물들, 벽에 걸린 작은 그림, 침대 옆 탁자 위의 시계.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해 두려는 것 같았다.
침대에서 그녀는 내 위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브라를 벗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가슴을 완전히 보았다. 그것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내 반응을, 내 표정을, 내 손의 움직임을. 그리고 그녀 자신의 감정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몸이 완전히 만났을 때, 그녀는 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신음도 한숨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소리였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목선을 완전히 볼 수 있었다.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곡선, 쇄골의 형태, 그리고 거기에 맺힌 작은 땀방울들. 그 모든 것이 내 기억에 새겨졌다.
우리는 말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몸을 탐구했다. 그녀는 내 어깨에 손톱을 살짝 세웠고,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리듬을 찾아갔다.
그녀가 절정에 달했을 때,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바뀌었다. 평소의 조용하고 절제된 표정이 완전히 사라지고, 순수한 감정만이 남았다. 나는 그 순간의 그녀를 기억해두고 싶었다.
사랑이 끝난 후, 그녀는 내게 등을 보이고 누웠다. 그녀의 등에는 척추를 따라 작은 점들이 있었다. 나는 그 점들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따라가며 세었다. 그녀는 그 감촉을 느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규칙적으로 변했다. 잠들기 전의 그 특별한 리듬. 하지만 그녀는 잠들지 않았다. 깨어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물 좀 마실게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부엌으로 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내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그 셔츠는 그녀의 몸을 완전히 가리지 못했다. 그녀의 다리가 그 아래로 보였고, 그 다리는 생각보다 길었다.
그녀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나는 침대에서 지켜봤다. 그녀는 냉장고 문을 열고 물병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마셨다. 컵을 사용하지 않고. 그 모습이 어쩐지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다시 침대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누우려 하지 않고. 그리고 창밖을 바라봤다.
"자주 이런 식으로 사람을 데려와요?"
그녀의 질문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서 약간의 질투를 감지했다. 아주 미묘한, 하지만 분명한 감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내 대답을 믿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녀의 어깨가 조금 편안해지는 것을 보았다.
"저도 처음이에요. 이런 건."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서 나는 그녀의 솔직함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불안함도.
"그럼 왜?"
내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어요. 그냥."
그 '그냥'이라는 대답이 가장 정확한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왜 이 상황에 있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이따금 내 방에 왔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모든 방문을 세밀하게 기억했다. 그녀가 문을 여는 방식, 신발을 벗는 습관, 가방을 놓는 장소. 그 모든 것이 조금씩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다.
그녀는 편의점 봉지를 들고 왔다. 그 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현관에서부터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통해 그녀의 기분을 짐작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이었다.
봉지 안에는 맥주 두 캔과 오징어 안주가 들어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꺼내면서 내 반응을 슬쩍 봤다. 내가 기뻐하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냉장고에 넣어둘게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내 냉장고를 열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냉장고 안을 자세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시선이 우유팩에 머물렀다. 그리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뭔가를 발견한 것은 분명했다.
그녀는 내 책장을 구경했다. 손으로 책 등을 훑어가며 제목들을 읽었다. 그 손가락 움직임이 마치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우아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멈춘 곳은 주로 소설이었다. 특히 번역소설. 그리고 그녀는 각 책을 몇 초씩 바라봤다. 마치 그 책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이거 재미있어요?"
그녀가 『상실의 시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그 책을 빼서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책을 받으면서 내 손가락에 살짝 닿았다. 그 접촉이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첫 페이지를 펼쳐 몇 줄을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독서 습관을 관찰했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읽었다. 마치 속으로 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녀는 『상실의 시대』를 돌려줬다. 그리고 말했다.
"주인공이 답답해요. 왜 그렇게 수동적인지."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짜증이 있었다. 진짜 짜증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수동적인 것을 싫어했다.
"그게 그 소설의 매력이에요."
내가 대답했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있었지만,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이 어쩐지 귀여웠다.
그녀는 내가 샤워하는 동안 내 방을 정리했다. 내가 샤워실에서 나왔을 때, 책상 위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은 화분 하나가 창가에 놓여 있었다.
"언제 샀어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오는 길에."
그 대답이 너무 간단해서 나는 더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그것이 그냥 넘어가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 화분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다. 다육식물이었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종류. 그것이 나에 대한 그녀의 판단이었을까? 아니면 그녀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일까?
그녀는 내 방에서 잠들었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잠든 얼굴을 나는 한참 바라봤다. 깨어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이었다. 경계심이 사라지고, 평온함만 남았다.
그녀는 잠들 때 작은 소리를 냈다.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신음. 그리고 가끔 몸을 뒤척였다. 그때마다 나는 그녀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아침에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서울의 아침은 이상하게 서두르는 것 같아요."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표정은 약간 슬펐다. 마치 그 서두르는 아침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그녀는 CD 한 장을 가져왔다. 재즈 음악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내 오디오에 넣고 볼륨을 낮춰서 틀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그 음악을 들었다.
"좋아해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 말에서 나는 그녀가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내 취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나를 감동시켰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사랑을 나누는 중이 아니라, 그냥 앉아 있을 때. 갑작스럽게. 그녀의 손은 평소보다 따뜻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앉아 있었다.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맥박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도 내 맥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내 손을 놓을 때, 나는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들은 조용히 쌓여갔다. 각각의 만남에서 나는 그녀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발견들이 모여서 하나의 그녀를 만들어냈다. 완전하지 않지만, 내게는 충분한 그녀를.
3편에서는 그녀가 떠난 후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그녀의 잔상들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그녀가 남긴 미세한 흔적들 - 베개에 남은 머리카락 한 올, 컵에 남은 입술자국, 그리고 화분을 바라보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 그리고 이름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왜 서로의 이름을 끝까지 묻지 않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펼쳐집니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상실의 디테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