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를 찾았다. 생각 정리가 필요한 요즘, 또 털어놓고 싶은 곳도 없어서 돌아왔다. 꽤 전 이야기이지만 내 인생 나름의 큰 변화구였기에 다시 되새김질을 해보려 한다.
10년 째 봐온 친구가 있었다. 사는 곳도 근처, 같은 학교에 겹치는 친구들까지.
가까워지지 않기가 어려운 사이였달까. 그리고 이런 공통점들이 우리 둘의 관계를 느슨하게 묶어두었던 것 같다.
첫 만남, 첫 인상까지 모두 풀어놓기에는 너무 길어서 대강 학창시절을 돌아보자면, 내 친구 a는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좋게 포장한다면.
대놓고 주변 사람들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성격이 특별히 모난 건 아니었지만 얼굴에 싫고 좋음이 너무 솔직하게 다 드러나는 느낌을 꽤 느꼈던 것 같다.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중,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 하며 쌓여왔던 거다.
마냥 어렸을 때보다 점점 머리가 큰 우리들은 미약한 단점, 한 번의 실수를 걸리기만 해봐라 하며 벼르는 날 선 상태였다. 같이 밥을 먹고 좋아하는 아이돌은 누구며 학원이랑 독서실은 어디로 가는지 모든 것들을 숨기기 힘든 학교에서의 생활은 아이들을 갇히고 닫힌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도 그랬다.
결국 돌아돌아 내 귀까지 들어온 것이다.
“넌 쟤랑 왜 친하게 지내?”
a와 다른 반이었던 내게 우리반 친구가 한 질문이다. 그 친구는 a와 아무런 접점도 없었을 뿐더라 말 한마디 나눠보지 않은 채 a를 가장 친하다고 여기던 나한테 물음을 툭 던져봤다.
소문이 그렇단다. a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고 굳이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왜 나한테?’
남이 붙이는, 내가 모르는 사족에 연연하고 싶지 않던 나는 화를 좀 내고 그딴 얘긴 듣고싶지 않다며 선을 확실히 그어 놓았다.
a는 나를 포함해 몇몇 같은 과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고 우린 그렇게 학창시절을 졸업했다.
그 얘기를 듣기 전에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성격과 특성이 가장 가까운 친구인 내겐 없었을 리 만무하니.
뭐, 구구절절 늘어놓기에는 시간이 너무 쌓여버려서 쉽지 않을 것 같고, 결론은 어렸었던 그들의 생각이 그렇게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거다.
성인이 되어서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우리는 종종 보는 사이가 됐다. 그렇게 또 몇 년.
어느 날 동기들 사이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 내 친구 누구 생일인데 선물을 뭘 해줘야 좋을까, 하는 그런 시덥잖은 얘기가 나왔다.
이런 주제에 항상 빠지지 않던 a와의 관계는 그날 또 튀어나왔다.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니 좀 더 사회인에 가까워진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 새끼 호구아니냐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고, 나는 그 말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대가 없이 퍼주는 걸 좋아했고 a도 그 범주 안에 포함됐었을 뿐인데. 호구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