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
1. 벌레를 잡아먹음
2. 밥만 먹고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
벌레를 잡아먹는 것은 정말 잘 떠오르지 않아 2번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20살에 대학교에 입학하여 23살 졸업, 24살 1월에 현재 회사에 입사를 했다. 20살부터 대학교와 회사를 쉬지 않고 다닌 셈이다. 그리고 어느새 30살을 앞두고 있는 지금, 조금은 쉬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나는 경상남도 본가를 떠나 충청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서울로 올라와 취직을 했었다. 당시 혼자 먼 곳에 온 나를 지키는 방법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있어야 혼자서도 살 수 있고 뭐라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이 생각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의 내가 조금은 쉬어가며 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한 번씩 나를 허무하게 만든다. 지금의 나를 보고 있으면 과거의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렸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식충으로 산다는 것은 무슨 느낌일까. 하는 것도 없이 밥만 축내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고, 이 세상에 나 하나쯤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아니, 오히려 내가 없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건 열심히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나도 종종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같은 느낌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면, 하는 일이 없는 상태인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싶다.
맞다. 나는 식충으로 살고 싶다.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고 싶다. 언젠가 반드시 그렇게 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매우 큰 잘못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 내가 식충으로 살게 됐을 때, 금전적 또는 내 마음의 문제가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외부의 시선에 기죽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나는 하고 있는 일이 없을 뿐, 또 그때의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 식충의 자리를 잘 지켜주고 계신 분들께도 날카로운 충고나 한심해하는 눈초리 대신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