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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냥깜냥 May 07. 2020

암흑의 시대

written by 강 세화




 光復. 이 한자를 분명 한번쯤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빛 광, 회복할 복. “빛을 되찾다”라는 의미를 가진, 35년의 탄압을 벗어나 독립한 8월 15일을 가리키는 광복절의 뜻이다. 나라를 잃어 앞이 캄캄했던 시기를 벗어나 빛을 되찾은 날로부터 약 75년. 식민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나라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되찾아야 할 빛이 너무나 많다.

2020년 7월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이번 올림픽에서 ‘욱일기’의 사용을 허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며,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과 함께 2차세계대전에 쓰였던 전범기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그들이 휘날렸던 전범기 속 빨간 태양이 뿜고 있는 빛 아래 우리민족은 이름 없는 땅 위의 어둠에서 살았는데, 겨우 되찾은 빛이 다시 한번 그늘 속으로 들어가게 될 위험에 처했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육체와 정신의 단련, 그리고 단합과 통일을 했던 올림피아제에서 유래된 평화와 화합의 장이다. 그 장에서 전범기를 걸고 전쟁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전시한다는 것은 즉, 평화에 반(反)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해야 할 역사를 숨기지 않는다는 것. 그들에게 지배당했던 국가들이 모두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너희를 짓밟았던 역사는 아무 문제도 없으며, 세계적인 무대에 전시할 만큼 자랑스럽다”라는 것을 표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올림픽 경기장은 정치적 시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던 IOC는 이에 대해 “욱일기가 정치적으로 사용될 경우에만 징계를 하겠다.”라고만 답하고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국기인 일장기가 버젓이 있음에도 굳이 욱일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왜 정치적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며, 설령 일본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다 한들 타 국가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위는 막아야 할텐데, 협회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나타내는 꼴이다.  

분명 75년 전에 우리는 해방되었는데, 그렇다고 알고 있는데 진정으로 해방된 것이 맞나? 그렇지 않아도 서구권에서는 일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욱일기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판국에, 군함 위에 있던 깃발이 올림픽에서 휘날리게 되면. 그래서 그것이 더 이상 전범기었다는 사실이 잊혀지게 되면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그저 작은 나라의 피해의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역사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비추는 것이라는데 왜 아직 그 때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데, 역사를 잊은 민족이 잊지 않은 민족의 미래를 없애고 있다. 우리민족은 아직 아픔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그 아픔이 없었던 것이라 한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그 날로부터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끊어내지 못하고 한국에 뿌리내려온 친일의 잔재들이 만연한 2019년의 대한민국. 적선하듯 던져 준 배상금, 진심 어린 사과 한번 하지 받지 못한 채 떠나시는 피해자들을 보내 드려야만 하는 오늘날. 말로만 아니, 말조차 미안하다 하지 않고 학살자들의 위패에 절하며 자신들의 과오를 하나 둘 지워버리려는 일본의 행보가 만연한 지금. 오늘 우리는 암흑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 빛을 되찾지 못했다. 깜깜한 공간 속에서 겨우 찾아낸 전구가 힘겹게 반짝이고 있어도 그 위에 도로 먼지를 털어내어 주지 않는다면 희뿌옇게 번지는 빛은 결국 다시 칠흙 속에서 꺼지고 말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내서 그 안의 작은 빛들이 모여 눈이 부시도록 강하게 빛나는 것을 보여주자. 그리고 우리도 그 빛의 일부가 되어 크게 우리를 표하자. 목소리를 내어 큰 충격을 내자.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전해도 좋다. 서명운동, SNS등을 통한 공유, 시위, 그 무엇이든 좋다. 침체되어 사그라지는 불꽃이 아닌 우리의 역사와 아픔을 조명할 큰 빛이 되어 섬광을 일으키면 암흑의 시대는 걷히고 진정한 광복, 그 날이 올 것이다. 



____ 강세화 gloryse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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