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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냥깜냥 May 07. 2020

스무살, TMI 토크: 범쥬

written by 범쥬

안녕하세요! 범쥬입니다. 이번엔 ‘스물’ 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세화와 대화를 나눠 보았어요. 세화에게 받은 질문과 그에 대한 저의 답변을 보기 편하도록 정리해 보았으니, 가볍게 재미나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시작할게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존댓말로 하려니까 굉장히 어색하네요.

저도요. 오늘은 스무살에 관련된 얘기를 해볼 건데, 범쥬씨가 스무 살 때 어땠는지,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스무살・・・ 좀 까마득하지만 열심히 해볼게요.

범쥬씨는 스무살이 되기를 기다렸나요?

네. 저는 좀 많이 기대했었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다들 좀 기대하지 않나요? (웃음) 아무튼 저는 많이 기대했어요. 본가를 떠나 서울에 올라와 새로운 상황에서 제가 얼마나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서울이라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을까, 어떤 곳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스무살이 굉장히 특별했겠네요?

네. 저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어요. 그 변화 속에서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을 몸으로 배우기도 했고요.

스무살에 서울에 올라왔다고 했는데, 그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두려움이 20%, 설렘이 80%였어요.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제가 잘 적응하고 살 걸 알았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안 했어요. 빨리 서울에 가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스무살에 목표했던 것・・・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컸어요.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으니까, 똑똑하고 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배우고 좋은 성적도 받고 싶었어요. 아, 또 덕질 열심히 하기도 있었어요. 물론 전 고등학교 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덕질을 했지만, 뭔가 더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졌죠.

목표로

스무살에 딱 이룬 건 아닌데, 되돌아보면 그래도 서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꽤나 잘 녹아든 것 같아요.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도 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여기에서 소중한 사람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요. 덕질도 나름 잘 했고・・・ 나름 잘 한 게 아니라 완전 빠져 살았죠. 지금도 아주 왕성하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거의 다 이룬 것 같은데요? 그럼 잠시 범쥬씨가 스무살이 막 되던 그때로 돌아가 볼게요. 12월 31에서 1월 1일로 넘어갈 때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나요?

MBC 가요대전을 보면서 열광하고 있었죠. 아마도 그랬을 거예요.

특별하게 뭘 하진 않았네요? 타종 행사를 보러 가거나, 이런 것들이요.

네. 타종 행사에는 안 갔던 것 같아요. 매년 보는 가요대전 보고 그냥 그렇게 일상적으로 흘러갔던 걸로 기억해요. 신나게 열광하고 정신 차려 보니 스무살이 되어 있더라고요. 솔직히 그 때는 제가 스무살이 됐단 게 실감도 잘 안 났어요.

그럼 언제 ‘아, 내가 스무살이, 어른이 됐구나’ 하고 느꼈어요?

대학 발표 나고 엄마한테 구두를 선물받았을 때요. 무려 6센티미터나 되는 거였는데, 뭐랄까 그걸 신는데 ‘내가 이제 어른이구나’ 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화장이나 구두 포함해서, 그런 것들을 잘 몰랐거든요. 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어쨌든 그때는 그런 것들을 ‘어른만 할 수 있는 것’ 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새해 지나고 나서 친구들이랑 홈파티를 했던 날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제가 친구들끼리 술을 처음 먹어봤거든요. 신기했어요. 합법적으로 술이나 이런 걸 살 수 있다는 게.

그렇군요. 막상 스무살이 되고 나니 열아홉 때 꿈꿨던 거하고 뭐가 다르던가요?

고등학교 때에는 대학에 가는 게 가장 큰, 눈 앞에 닥친 문제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일단 대학에 붙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스무살이 되고 보니 그대로인 거예요. 아니 오히려 좀 더 혼란스럽더라고요.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나는 이제 어른이고, 내가 갖고 있는 문제들은 그대로이고. 그냥 어떤 새로운 세계에 던져진 느낌이었어요. 고등학교 때에는 스무살이 되면 이런 곳도 가고, 저런 것도 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이제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 밖의 현실은 생각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답지 않았어요. 많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죠.

스무살 때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것이 있나요? 아니면 반대의 경우도 좋아요.

스무살 때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건・・・ 체력하고 가시 같아요. 분명 스무살 때에는 체력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디 갔나 없어졌어요. 가시는, 제가 스무살 때에는 좀 삐죽삐죽했던 것 같아요. 예민하고. 지금은 좀 덜해요. 그럴 체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슬픈 이야기네요.

스무살 때보다 지금 더 강화된 부분은, 속된 말로 ‘깡다구’ 라고 하죠. 일단 당장 힘들어도 버텨요.원래 약간 악착 같은 면이 있었는데, 대학생활 하고 그러면서 좀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스무살이 범쥬씨에게 준 새로운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내가 원하는 걸 찾기 위해 달려들고, 실패하고, 상처받고, 슬퍼하면서 또 다시 일어났거든요. 실패한 것도 많지만, 이뤄낸 것도 많죠.

스무살 범쥬씨에게 다른 사람이 지어준 별명 같은 것이 있나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춰진 범쥬씨의 스무살은 어땠을지 궁금해요.

‘김또일’ 이라는 별명이 있었어요. 사실 별명까지는 아니고, 친구들이 저를 수식하는 말 정도로 썼던 것 같아요. ‘김범쥬 또 일 친다’의 줄임말이에요. 저는 스무살 때, ‘왜 이렇게 일을 벌이냐’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나쁜 의미는 아니었는데, 음・・・지금 생각해 보니 좋은 의미도 아니었던 것 같네요. 2학년 때까지 저는 약간 유노윤호형 인간이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일을 했었거든요. 자발적으로. 문구류를 디자인해서 공구한다던지, 공모전에 뭘 낸다던지, 아니면 뭘 제안한다던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일들을 했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저는 좀 사서 고생하는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스무살 때 저는 이왕 시작한 일이면 반드시 완벽하게 끝내야 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있었는데, 제 친구 중에 한 명은 그 부분을 좀 걱정하기도 했어요. 자기만족인 것은 알겠지만, 몸 축난다며 살살 하라는 이야기도 했었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네요. 그럼, 혹시 다시 스무살이 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금 제가 운영하고 있는 ‘깜냥깜냥’ 처럼 아주아주 작은 규모의 독서 모임에 들어가고 싶어요. 같이 책 읽고, 수다 떨듯이 이야기 나누고, 또 글도 쓰고・・・ 이런 활동들을 같이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좋은 친구도 사귀고 싶고요.

‘스물’ 을 다섯 개의 키워드로 이야기해 본다면, 어떤 단어를 고를 것 같나요?

자유, 책임, 혼란, 막연, 용기. 이렇게 다섯 키워드를 고르고 싶어요.

2020년에 스무살이 된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영상편지를 보낸다고 생각하고,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아아, 우선 여러분! 20대가 된 것 진심으로 축하해요. 정말 고생 많았고, 여러분의 올 한 해가 여러분 자신을 위한 것으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에게 집중하세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찾는 여정이 어쩌면 조금은 외로울 수 있지만, 결국 나를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주더라고요. 화이팅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제 스무살은 지났으니 서른살 이야기를 해 볼 건데, 서른살에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서른이라. 아니 그런데 저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요・・・ 저는 솔직히 내일 일도 몰라서 서른 살은 좀 아득하게 느껴져요. 그렇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나를 잃지 말고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부당한 부분에는 분명히 목소리를 내고, 누군가를 끌어주고 밀어줄 수 있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____ 범쥬 its.me.bom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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