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웃..넌내꿈 샤크 현광 도레미 히트웨이브 모노맨선생님 안유성명장님
<콩순이>는 우울해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친구가 요리를 너무 못해서 음식을 만들면 검은 콩처럼 만든다해서 '콩순이'로 제목을 붙였다. 너무 진지하게 하는 위로는 어색하고 자신 없어서 위로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를 느낌으로 만들었다.
이 노래를 공연장에서 부를 때는 관객들에게 박자에 맞춰 박수를 유도하는데, 점점 템포를 올리다보면 거의 랩처럼 빨라진다. 그러면 관객들도 '이거 맞아?'하고 당황하고. 그렇게 관객을 놀렸던 느낌을 편곡에서 살리려고 했다.
어릴 때 친구들 놀릴 때 '000은 바보래요~'라는 멜로디를 리코더로 넣어볼까해서 리코더 연습도 해보고~ 플룻과 튜바 등으로 바꿔보니 꽤 그럴싸하게 들렸다. 80%정도 스케치 했는데 뭔가 한방이 부족한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었다. 내꿈씨가 작업실에 놀러와서 데모를 듣다가 너바나가 생각난다면서 기타리프를 연주해줬는데 그게 희한하게 잘 어울려서 뒷부분에 추가했다. 뒤로 갈수록 점점 템포가 빨라지니까 진땀내면서 녹음했던 기억이 난다.
베이스는 <고주망태> 작업할때 손 보태준 샤크오빠가 연주해줬다. 출장이 많아서 바쁘신 와중 애절하게 부탁하여 받은 트랙이다. 2절에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은은히 푸르게 웃는 너' 부터 나오는 방구같은 소리가 포인트이고, 뒤로 갈수록 기타와 함께 달릴 때 재미있다. 드럼은 포포스튜디오 사장님이자 드러머 현광이 오빠가 찍어주었다. 15년 출생 맥북 친구가 정신 못차리고 자꾸 다운되어서 작업하는데 너무 힘들었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해주어서 귀여운 탐소리가 포인트인 필인이 완성되었다.
보컬은 전에도 몇 번 녹음해봤던 히트 웨이브에서 했다. 감기에 걸려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크게 차이가 있겠나 하며 2시간 만에 끝냈다. 뒤에 나오는 합창은 도레미 친구들에게 부탁해 풍성하게 만들었다. 녹음이 생각보다 금방 끝나서 녹음실에서 다같이 릴스까지 찍고 치킨집 가서 맥주 한잔 하고 헤어졌다.
처음 냈던 곡들에서는 잡음을 수정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대로 내버렸는데, 이후에 계속 신경쓰였다. 이번에는 잡음을 최대한 다 없애고 깔끔한 상태로 보냈다. 한창 편집할 당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나오던 중이었는데, 거기서 안유성 명장이 깔끔하게 생선손질하는 장면을 보며 눈물이 찔끔났다. 세상에 저렇게까지 기술을 단련하여 예술의 경지에 오르신 분도 있는데 나도 분발해야겠다 생각하고, 핸드폰으로 안유성 명장의 생선손질 장면을 틀어놓고 작업했다.
여차저차 믹스와 미스터링까지 완성했는데, 이번엔 홍보는 어떻게 할지, 곡 발표하고서 활동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많아져서 발표를 차일피일 미뤘다. 동료들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면 괜히 '겨울에는 사람들이 노래 잘 안 듣잖아요'하는 변명을 하면서... 몇 번 나의 이상한 변명을 듣고만 있던 버니가 지나가는 말처럼 '곡을 너무 늦게 내면 음악에 힘이 빠지더라고요'하고 정곡을 찔렀다. 그 이야기 듣고 며칠 사이 소개글 쓰고 유통사에 넘겼다. 그게 아니었으면 아직도 발표 못했을 수도..
유통사에 보낼때 장르를 '얼터너티브 록, 포크'라고 체크했지만 늘 내 음악의 장르가 뭔지 한 마디로 딱 잘라 설명하게 어렵다. <콩순이>는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 세상이 고장난 거야' 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기준이 세세하게 정해져있는 세상에 반기를 드는 저항정신이 깃든 곡이니까 일단은 얼터너티브 록, 포크 인 것으로..
작업이 지지부진할때 기타 선생님도 좋은 의견을 많이 주셨다. 더 쌓으면 좋을 기타 라인도 추천해주셨고, 곡 중간에 속도가 빨라지는 게 전형적인 느낌은 아니다보니까 괜히 혼자 확신이 없어서 고민할때 선생님께서 용기를 북돋워주셨다. 그냥 내 느낌대로 하면 되는건데 자꾸만 경험많은 누군가의 오케이 사인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 작업하면서는 처음 EP낼때만큼 스트레스 받거나 울거나 하지는 않았다. 즐겁게, 오래할 방법을 찾아가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은 포기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은 끝까지 해야 하는지를 조금은 알게된 시간이었다. 콩순이가 불어넣어준 에너지로 올해도 곡들을 하나 둘 세상에 내보낼 예정이다.
https://youtu.be/PH-0xxUt9NI?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