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울수록 음악은 재미있어진다

책 x 음악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x 로빙슛

by 권눈썹

평범하지만 무난하게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나은가, 개성있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갈릴만한(놀림을 받을수도 있는)음악을 만드는 게 나은지 골라야 한다면 나는 언제나 후자를 선택한다. 개성있는 음악은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이라도 주지, 무난한 음악은 무용지물이다. 그렇지만 놀림받을 각오를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갑자기 여기 속도가 빨리져도 괜찮으려나? 괜히 무리수 두는 건 아닐까? 역시 얌전한 게 듣기 편한데’

‘가사가 너무 못난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나? 최소한의 체면은 지키고 싶은데’


어차피 내 속에서 튀어나온 음악인데 내가 이런사람이고 저런사람인데 하는 생각들은 필요없다.좀 특이하면 특이한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어갈테지.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가 부끄러워하는 음악을 만들었을때 더 좋아한다. 다들 숨기고 싶었던 사실을 내가 노래에 녹여서 무심한척 공개해버리면 그 비밀을 각자 꺼내보게 되는 심리가 아닐지.


이번에는 부끄러움을 이겨보려고 가사도 나름 과감하게 쓰고, 템포변화도 다양하게 주면서 변화를 줬다. 책 속의 깐데또까 언니처럼 화끈하진 못해도 어찌어찌 아슬하게 머리 위로 날린 이번 달의 음악. ‘로빙슛’이다.



로빙슛 - 권눈썹


저는 원래가 착한 사람인데
오늘은 딱 한번 나쁜 사람 되야겠어요

저는 10살부터 축구를 했는데
오프사이드를 물으시면 무서운 사람되야겠어요

저는 원래가 조용한 사람인데
오늘 딱 한번 시끄러워봐야겠어요

2번, 3번 제치고 1번 선수도 제치고.
어느덧 다리는 지절로 가. 앞으로 가. 막막가 아!
아, 무서운 여인. 깐데또까 나가신다.

달려든다 모두가 춤을춘다 내 페이스에 말려든다*

사람들 머리 위로 느리게 난다.
바닥을 뛰어 그물에 퐁당!

아, 무서운 여인. 깐데또까 나가신다.

우아하게 호쾌하게나간다 로빙슛~!



‘로빙 슛’은 골키퍼의 머리 위를 넘기는 높고 느린 슛을 말합니다. 책의 구절을 보면 ‘골키퍼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자기 머리 위로 느리게 날아가는 골의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며 허망한 기분으로 골을 먹게되는’ 슛이라고 합니다.


책에서 여자팀과 남자팀이 경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자가 축구를 한다니까 당연히 못할 거라 생각해서 남자 선수가 국가대표출신 여자팀 주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계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선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정없이 플레이를 하는 장면으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글을 읽으신 후에 음악도 함께 들어보세요(동영상에서 2분 23초부터 음악이 플레이되요)https://www.youtube.com/watch?v=QglSVKF0AdM&t=1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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