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구이를 좋아하는
선인장씨

by 권눈썹

나의 오래된 친구, 방송작가 낑깡을 통해 선인장씨를 알게 되었다. 낑깡이 한 사람에게 꽂혀서 길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선인장씨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터 여러 차례 들었다. 선인장씨는 방송국에 입사하면서 부산에 살게 되었다. 낮에는 방송국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음악을 틀어놓고 미러볼 밑에서 춤을 추면서 하루를 마치는, 알수록 독특한 사람이다. 선인장씨는 내가 출연하게 된 방송의 라디오 피디이다.


낑깡이 나에게 선인장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듯이, 선인장씨에게도 나에 대한 정보를 줄줄 흘렸다. 이미 머릿속에 ‘권눈썹’ 카테고리가 있었고, 개편 기간이 되었을 때 내가 떠올랐다고 한다. ‘책을 음악으로 전하는 콘텐츠는 어떨까?’ 하고. 그래서 나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단다.


낑깡없이 선인장씨와 둘이서 본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평소에 자주 가는 생선구이집에서 만났다. 동네 아저씨들이 단골로 많이 드나드는 술집이다. 저렴한데 양도 많고 맛있는 곳. 선인장씨는 생선을 좋아한다고 했다. 생선을 먹으니 갑자기 눈이 밝아지는 것 같다고 난리법석이었다. 젓가락으로 고갈비 살을 집은 채,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기고도 한참 수다를 떤 후에야 방송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인장은 ‘선’으로 권눈썹은’ 눈’으로 표기)

선 : “이 프로그램을 개인적인 프로젝트와 연관 짓는 계기로 삼아 보세요. ‘메마뮤‘*처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때요? 책을 읽고 음악으로 만드는 거죠.”

눈 : “재미있겠네요. 방송 참여하면서 한번 구상해 봐야겠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선 : “그럼요. 저는 바로 신청할 거예요. ”

눈 : “음, 한 달에 한 곡 만드는 게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니까 이걸 계기로 좀 더 사람들에게 제 음악을 많이 알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봐도 좋겠네요. 만들었던 노래를 가지고 공연을 하거나 미니 앨범을 만들어도 좋겠다.”

선 : “작가들을 섭외해서 북토크하고 공연도 같이 해도 재미있겠네요. 그러다가 EBS에서 교육적인 콘텐츠라면서 컨택해오면 펭수랑 만날 수도 있겠네요. 진짜 대박이다. 너무 유명해져서 모른 척하시면 안 돼요.”


(*’메마뮤‘는 제가 진행하는 자작곡 워크숍 프로그램 입니다)


이렇게 김칫국을 대야 사이즈로 들이키는 대화를 나누며 한껏 들떴다. 돌아보니 선인장씨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끔 만드는 걸 잘한다. 펭수를 가지고 사람을 설득하다니. 그물에 완전 걸려들었지만 이런 그물은 반가울 따름. 재미있겠다! 선인장씨는 내 가능성을 알아봐 주었다.


눈 : “부산에도 유명한 가수가 많은데, 제가 나가도 되나요?”

선 : “활동한 지 오래된 사람은 청취자들도 익숙해요. 그런데 눈썹씨는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눈썹씨는 책도 좋아하고 음악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요. “

눈 : “그러네요. 제가 딱이네요.”


맥주집에서 이어진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에 이 방송은 내가 꼭 들어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해졌다. 버스 역에서 선인장씨와 손 인사를 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희미한 걱정이 살짝 눈 앞으로 밀려왔다. 그래도 오늘은 우울해질 정도로 걱정에 빠질 것 같진 않았다.



방송을 시작한 후로 방송팀과 종종 회식을 하고, 낑깡도 함께 셋이서 보기도 하면서 종종 연락을 한다. 어쩌면 선인장씨는 친구를 늘리려고 나를 섭외했는지도 모른다.